참 재미난 책을 만났다. 할머니가 손녀에게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들었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호랑이가 나오고 옛이야기처럼 시작되다가 갑자기 버스가 나오고, 호랑이에게 잡혀 먹을 뻔 할 때 힘을 합쳐서 위기를 벗어나기도 하니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어린이들에게는 더욱 참신하게 다가올 것 같다. 더군다나 손녀는 이야기의 결말부분을 할머니의 이야기로만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기도 한다. 어린시절을 추억해보면 대상이 선생님이건 조부모님이건 부모님이건간에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특히 여름날 밤이면 도시에서 살던 사촌들까지 내려와서 떠들썩했던 할머니네 집 평상이 생각이 난다. 할머니는 가운데에 누우셔서 특유의 웃음소리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하셨는데 여름밤의 반짝반짝 빛나는 별무리를 보면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저절로 편안해지고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아이에게 말을 가르치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전통이나 문화를 전승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특히 내 시어머님을 보면 나 역시도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된다. 시어머님은 어렸을 적 부터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다고 한다. 그 가운데서도 기화나 야담을 좋아해서 관련 책들을 알게 되면 바로 구입을 하시는데 내 아이를 볼 적마다 "얼른 자라라, 내가 재미난 이야기를 참 많이 알고 있다"라고 하신다. 사실 매주 어머님께 가는데 그때마다 어머님은 내게도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한다. 우리나라 역사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의 이야기도 섞여 있어서 가금 배경지식이 없을 때는 난감할 때도 있지만 나도 내 손주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를 차곡차곡 모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도 만든다. 옛이야기임에도 새로운 기분이 들게 하는 <호랑이를 탄 할머니>는 재미난 그림과 더불어 글밥이 적어 5세 이상의 어린이부터 초등 저학년에게 권해주고 싶고, 엄마가 먼저 읽고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썩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