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시절 P는 반 아이들에게 질시의 대상이었다. 이유는 P의 아빠가 바로 우리 담임 선생님이셨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아빠에게 고자질을 할까봐 건드릴수도 놀릴수도 그렇다고 친해지기도 그런 P의 행동은 아이들의 입방아에 자주 올라왔다. 특히 시험이 끝나고 나면 괴담이 돌았는데 담임이 미리 P에게 시험문제를 가르쳐주었다거나 시험 점수를 담임이 고쳐서 높이 올려주었다는 것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왜 하필이면 같은 반에 배치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만큼... 사실 그 선생님이 아이들 대하는 모습은 그닥 유쾌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지명할 때 학생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 이름을 학생 이름처럼 불러댔다. 세월이 흘렀는데도 그때를 회상하면 화가 나는 걸로 보아 그 당시 그런 모습들은 참으로 불쾌했던 것 같다. <거울은 거짓말쟁이>는 아버지의 사랑과 자신이 연극의 주인공을 맡고 싶어하는 아이의 마음을 참으로 절절하게 읽어낼 수 있었다. 자신의 딸에게 주인공을 맡길 수 없는 아버지의 심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남에게 돋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특히 어린시절에는 더 그런 것 같다. 부모님으로부터 항상 "넌 최고야"라는 말을 들었던 내 어린시절 나는 정말로 내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존재인 줄 알았다. 그래서 자만심이 생겼던 것 같다. 어느 순간 내가 그렇게 특별한 존재가 아닌 걸 알게 되었을 때의 심정이란... 내가 부모가 되면 내 자식에게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어느 날 보니 남편이 아이에게 그러고 있다. 부모에게 자식이란 세상의 잣대로 잴 수 없는, 학교 성적으로 줄 세울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인 까닭이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나를 아직도 어린 아이처럼 대하는 아버지, 사시사철 반찬거리를 택배로 보내주시는 어머니. 내 부모님처럼 나도 내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 내 목표는 바로 우리 부모님처럼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