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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아저씨와 멋진 생일 선물 - 3~8세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45
모리스 샌닥 / 보림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자매간의 소중한 사랑을 다룬 [우리 언니]를 읽고 나서 샬롯 졸로토의 팬이 되었다. 편집자로 일을 하다가 직접 어린이들을 위한 글을 썼으며, [우리 언니]와 이 책으로 칼데콧 상을 받았다고 한다.
"토끼 아저씨 저 좀 도와주세요" 길가에 누워있는 토끼 아저씨에게 소녀가 이렇게 말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전부터 아는 사이였는지 처음 보는 건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아 있다. 바로 오늘이 엄마 생일인데 아직 선물을 고르지 못한 소녀는 토끼 아저씨에게 선물을 골라달라고 말하고 토끼 아저씨는 소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토끼아저씨는 아이한테 무얼 선물할 거냐고 묻고 아이는 "엄마가 좋아하는 것" 이라고 답한다. 그럼 엄마는 무얼 좋아하실까?라는 물음에 소녀는 구체적인 사물을 바로 말하지 않고 빨간색이라는 색깔을 말한다. 토끼 아저씨는 빨간색을 선물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소녀는 "무언가 빨간 것"이라고 말하며 이때부터 빨간 것에 대해 찾기 시작한다. "빨간 지붕?" "빨간 속옷?" "빨간 새?" 하지만 아이는 전부 아니라고 한다. 그러자 토끼 아저씨, "빨간 사과는 어때?". 아이는 바로 그것이라고 한다. 빨간 사과를 구하고 나서 소녀는 좀 더 다른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토끼 아저씨는 흔쾌히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에 관한 것들을 찾아 나선다.
이 책의 장점은 몇 가지가 있다.
소녀와 토끼 아저씨의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살펴보면 소녀는 엄마에게 뭔가를 선물하고 싶지만 구체적으로 그게 뭔지를 모른다. 그래서 "무언가 빨간 거'라고 말한다. 추상적인 이런 대답에도 토끼 아저씨는 무안을 준다거나 다그치지 않고 "아, 무언가 빨간 거'라고 맞장구를 쳐준다. 그리고 나서 이건 어때 저건 어때 하면서 여러가지의 제안에 대해 아이가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기다려준다. 어렸을 적 나도 "맛있는 거 먹고 싶어" 하고 말하면 엄마께선 "맛있는 거? 어떤 거?"라고 물으셨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긴 한데 그게 어떤 것인지는 생각이 안나서 엄마가 알아서 해주셨으면 했던 생각이 난다. 아이들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를 그걸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아이에게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주는 토끼 아저씨의 여유가 담긴 화법은 어른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것 같다.
빨간 색, 노란 색, 파란 색, 초록 색등에 관련된 여러가지 사물을 익힐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소녀가 원하는 게 뭔지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재미와 호기심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우리 엄마의 생일 선물에 어떤 것을 할지 엄마가 좋아하는 것은 뭔지 고민할 것도 같다. 숲속 나무에 가득 열린 과일 그림을 보면서 나도 하나만 따먹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