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라운이란 작가의 이름을 기억한 것은 동화모임에 나가기 시작하면서이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이제 겨우 몇개의 그림책만을 읽어주었던 내게 앤서니 브라운이란 이름은 낯설었다. 그래서 이름을 듣고도 찾아볼 생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도서관서 그림책을 하나 잡았는데, 작가가 너무도 고생한 흔적이 역력한 느낌이 들었다. 정교하면서도 세련된 색채,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니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이다. 그 후부터 앤서니 브라운의 책들을 찾아 읽고 보게 되었다. <우리는 친구>는 몸집이 큰 고릴라와 '예쁜이' 작은 고양이와의 우정을 그린 책이다. 누군가는 고릴라에게 잡아먹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고릴라는 예쁜이가 맘에 들어 먹을 것을 나눠주고 둘은 정말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날 고릴라의 실수로 헤어지질지도 모르는 위기의 순간 예쁜이의 기지로 모면하게 된다. 이 책의 고릴라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화상인 것 같다. 리모컨을 들고 혼자 소파에서 멍하니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 고릴라의 모습은 영락없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복잡해 보이는 사회이지만 사람들의 관계는 단절되어 있고, 많은 시간을 텔레비젼을 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보낸다. 이 책의 고릴라는 고독했고 친구와의 소통을 원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쁜이와 시간을 보낼때 행복했던 것 같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숨은 그림 찾기가 아닐까. 볼 때마다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이 책에서 벽에 걸린 명화와 처음 책을 넘길 때 장미속에 고릴라의 모습과 고양이의 모습...너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