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9
박경진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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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쌓인 숲에서 빨간 여우가 어딘가를 지긋히 돌아보는 장면의 표지를 넘기면 면지부터 바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빨간 여우와 밤색 곰이 자작나무 숲에서 서로 바라보네요.

초록색이던 면지와는 달리 계절이 바뀐 듯 나뭇잎들과 숲이 황금색으로 물들었네요.

깊은 산 속, 자작나무 숲에서 어린 여우가 살고 있었지요. "여우야. 뭐하냐. 나랑 놀자"
여우와 꼬마 곰은 단짝 친구래요.

낙엽이 많이 쌓였네요.
술래잡기를 하나요?
곰이 술래고 여우가 숨었어요.
둘은 개암과 도토리를 주워 소꿉놀이 하는 것도 좋아한대요.

어! 나뭇잎이 모두 떨어졌네.
며칠동안 찬바람이 불었거든요. 겨울이 오나봐요.
둘이 뭐라고 이야기하는데....

여우가 토라졌어요.
음~~ 꼬마곰이 겨울잠을 자러가야 된다나요.


그때였어요. 하늘에서 눈이 내려요.

눈곰, 눈여우를 만들었나봐요.
미끄럼틀을 타는 모습이 무척이나 신나 보이죠?

빠악 빠악 빠악 빡빡빡~
조용한 숲 속에 갑자기 커다란 소리가 들려요.
무슨 소리일까?
둘은 놀라서 서로를 껴안았어요.

에개~~
보이세요? 꼬마 곰의 눈길을 따라가면 마른 풀잎위에 조그만 청개구리가 보여요.
소리의 주인공이 청개구리였네요.

청개구리가 발발 떨고 있어요. 꼬마 곰과 여우의 눈이 휘둥그레졌구요.
"땅이 얼기 전에 얼른 땅 속으로 들어갔어야 하는데, 너무 늦었어.
이젠 얼어죽고야 말거야."

어린 여우와 꼬마곰은 청개구리가 죽을까봐
얼른 땅을 파서 청개구리를 뉘워주네요.
그리고 봄이 되면 만나자고 말해요.

어린 여우는 곰곰 생각했어요.
그리곤 말하죠.
"곰아, 난 네가 좋아. 넌 얼어죽으면 안 돼. 어서 겨울잠을 자러 가."
곰도 말합니다.
"여우야. 나도 네가 좋아. 너를 혼자 둘 순 없어. 너랑 같이 있을게"

헤어지기가 무척이나 아쉬운가 봐요.
혼자 남을 여우가 사나운 짐승들에게 괴롭힐까봐 꼬마 곰은 걱정이 됩니다.

"걱정 마, 곰아. 나는 아침마다 피어나는 눈꽃을 볼 거야. 그 눈꽃들이 얼마나 예쁜지 네가 깨어나면 얘기해 줄게"

"나는 겨울 잠을 자는 동안 무슨 꿈을 꾸었는지 깨어나면 다 말해 줄게"

겨우내 자작나무 숲에선 아침마다 눈꽃이 피었어요.
어린 여우는 눈꽃을 볼 때마다 꼬마 곰을 생각했어요. 꼬마 곰도 마찬가지구요.
봄을 기다리는 듯 지긋하게 눈을 뜬 어린 여우의 모습이 외롭지만은 않아 보여요.

우리의 삶도 기다림의 순간들이 있어요. 그 대상이 친구든, 연인이든, 부모든, 자식이든요.
꼭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지요. 그 긴 기다림의 시간들과 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헛되지 않도록 스스로도 노력해야겠지요.

봄이 오면 어린 여우와 꼬마 곰도 많이 자랐겠지요. 그리워하던 시간을 보냈기에 서로가 더욱 소중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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