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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 뭐가 사나 볼래요 ㅣ 어린이 갯살림 1
도토리 지음, 이원우 그림 / 보리 / 2001년 4월
구판절판
농촌에 사는 아이들은 주로 들을 보고 자라겠지만 섬에서 사는 나는 바다를 보고 자랐다. 물론 바다만 보는 것은 아니고 뒷산, 앞산 나무들과 그 사이에 있는 들도 보고 자랐다. 바다는 사시사철 집 앞마당처럼 문을 열면 보이지만 사시사철 발을 담그고 싶지는 않다. 겨울엔 그저 을씨년스런 풍경으로 다가오고, 폭풍우가 몰아칠때면 화가 난듯 으르렁거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늘과 바다는 닮아 있어 하늘이 맑은 날이면 바다도 맑고, 하늘이 잿빛이면 바다도 잿빛이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 바다는 자신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런 바다는 엄마품처럼 아늑하기도 하고, 실컷 재미를 주는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썰물이 되어 물이 빠져 드러난 갯벌을 맨발로 걸으면 마치 찰진 흙을 밟은 듯 기분이 좋아진다. 그 사이 사이에 고둥, 조개, 소라, 해삼, 우렁이, 맛, 홍합 등이 갯벌이나 갯바위에 붙어 살고 있고, 그 모든 것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정말 가짓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생물들을 갯벌은 바다는 가만히 품고 있었던 것이다.
<갯벌에 뭐가 사나 볼래요>를 보면서 어릴적 기억이 떠오른다. 계절은 여름이고, 물이 나간 뻘밭에서 동네 아이들과 아낙들, 아저씨들이 이것 저것 잡기도 하고, 수영도 하고, 달리기도 했던 기억들...
이 책은 서해안의 갯벌을 그렸지만 남해안인 내 고향의 모습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친구들과 썰물이 되면 굴도 따고, 바지락도 캐고, 고둥도 잡았지.
깜짝 놀랐어. 제일 앞에 있는 아주머니가 우리 엄마인줄 알았거든.
엄마와 함께 바지락을 캐면 엄마 바구니엔 바지락이 가득한 데, 내 바구니는 참 빈곤했었지.
엄마는 가끔 물이 나오는 구멍에 손을 넣어서 낙지도 잡곤 하셨지.
굴을 딸때는 조심 조심. 굴껍질이 날까롭거든. 손이 베일수도 있어.
저기 아이는 호미로 굴을 까는데 내 어릴적엔 '조새'라고 굴까는 도구가 따로 있었지.
맞아. 그림을 보니 고둥만 해도 그 종류가 정말 다양했어.
아쉽게도 우리 마을 갯벌에선 키조개는 없었어.
우리 마을에선 대수리는 먹지도 않았지.
저렇게 조그마한 걸 언제 까먹겠어.
큰 고둥도 널렸었는데..
갯강구를 보니 추억이 하나 떠오르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밤이면 더위를 피해 오빠들과 바닷가에 가서 자곤 했지.
파도 소리에 저절로 잠이 드는데 가끔씩 스스스~ 거리며 지나가는 갯강구들때문에
놀래기도 했었지.
바위엔 각종 이끼들과 해초들이 자라는데 혹시 바위를 딛고 걸을 땐 조심해야 돼.
미끄러우니까.
해초들을 들추면 여러 조개들이 숨어 있는 걸 볼 수 있어.
게들도 가끔 은신처로 삼지.
이 장면이 가장 낯선 장면이야.
우리 마을 바닷가엔 새가 많이 없었거든.
바닷물이 들어오면 조개를 잡던 손을 멈춰야 해.
집에 갈 시간이 된 거지. 물은 순식간에 들어와.
그러니 우물쭈물하지 말고, 갯것들을 물에 살랑거리며 헹궈야 해.
바구니에 가득 담긴 해산물들은 오늘 저녁거리가 되겠지.
아~~~ 그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