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도감 보고 느끼는 도감
후루야 카즈호 글, 타카모리 토시오 그림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6년 4월
품절


더운 여름날, 조금만 걸어도 땀이 삐질삐질 나와서 산책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집 주변의 화단에 이름모를 갖가지 꽃들이 피고 지고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 유쾌한 일입니다. 매일 아침에 아이와 함께 꽃들을 만나러 갑니다. 자주 보았던 눈에 익숙한 꽃들이지만 정확한 이름은 알지 못하는 꽃들이 더 많습니다. 아이와 함께 눈인사를 합니다.


오늘은 <씨앗 도감>이란 책을 보았어요. 책장을 넘기니 간지러운 느낌의 솜털들이 달려서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씨앗들이 보입니다. 엉겅퀴, 억새, 좀씀바귀, 서양민들레 등 제 눈엔 비슷비슷해 보이는 이 씨앗들이 그 안에 새로운 우주를 품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각 페이지 아래엔 씨앗들의 크기에 대해 나와 있습니다. 어떤 페이지는 2배 크기이고 어떤 페이지는 실제 크기로 그려져 있습니다. 세밀화라서 그런지 사진보다 더 자세하게 특징들을 알 수 있으며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그 씨앗들이 땅에 떨어져서 싹이 트고 자란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앞 페이지와 맞춰 보는 재미가 있어요.


날개가 있는 씨앗, 얇고 넓적한 씨앗 그리고 솜 같은 씨앗들은 모두 가벼워서 바람에 실려 운반된답니다. 참마, 중나리, 호장근, 산나리, 무궁화 등 바람에 실려 운반된 씨앗이 자란 모습이에요.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꽃이 핀답니다.

단풍나무류, 소나무, 낙엽속 곰솔, 물푸레나무류, 벽오동 등의 씨앗은 프로펠러 같은 날개를 달고 있어서 높은 곳에서 빙글빙글 돌며 내려 앉아요. 열매가 벌어지며 벽오동의 둥근 씨앗이 데굴데굴 구르네요. 높은 나무 위의 열매는 쌍안경으로 찾을 수 있데요.

사람과 동물의 몸에 달라붙어서 운반되는 풀의 열매예요. 어렸을 적 뒷산에 가는 길에 옷에 잔뜩 붙어서 애를 먹이던 큰도꼬마리, 쇠무릎, 울산도깨비바늘 등이 보이네요. 이 열매들은 끈적끈적한 액체나 갈고리 같은 털로 달라붙지요.

괭이밥, 제비꽃, 황새냉이,봉선화, 살갈퀴, 돌콩, 이질풀 등은 스스로 씨앗을 퍼뜨리는 식물이랍니다. 올 봄에 보았던 제비꽃, 그리고 제비꽃과 비슷해 보이던 꽃의 이름이 낚시제비꽃이었나 봅니다. 등은 꼬투리가 비틀리면서 안에 있던 씨앗이 튀어나오고, 봉선화는 껍질이 뒤집히며 씨앗이 나오지요.

자귀풀, 수련, 연꽃, 노랑꽃창포, 마름류, 문주란, 갯메꽃 등은 흐르는 물에 떠내려 가며 멀리 운반되는 씨앗과 열매들이에요. 개미가 물어 나르는 씨앗과 다람쥐나 쥐가 나르는 나무 열매랍니다. 얼레지, 꿩의밥, 애기똥풀은 개미가 물어나르고, 물참나무, 졸참나무, 개암나무, 왕가래나무는 다람쥐가 나르는 나무 열매랍니다.

흐르는 물이나 동물에 의해 운반된 뒤 물가나 숲에서 자라요.

장미류, 찔레꽃, 아그배나무, 화살나무, 마가목, 서양산딸나무, 가막살나무, 팽나무, 주조나무 개머루, 이나무, 목련 등은 솜털이나 날개가 없어요. 가시도 없고 터지지도 않지요. 어떻게 운반되는 걸까요? 나무 열매를 먹은 새가 여기저기에 씨앗이 섞인 똥을 누는 것이랍니다. 새가 씨앗을 운반해 주는 식물이에요.

본문 뒤엔 찾아보기와 해설이 되어 있네요. 식물의 이름과 성명이 따로 되어 있고, 씨앗이나 열매를 볼 수 있는 시기가 나와 있네요. 아이콘으로 씨앗이 어떻게 운반되는지도 표시되어 있구요.

씨앗도감을 보면서 어릴적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친구들과 산으로 들로 짐승처럼 쏘다니며 헤맸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했구요. 그땐 정말 건강했던 것 같아요. 몸도 마음도요.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뒷산에 다녀야겠어요.

보통 도감이라고 하면 두꺼울 것 같지만 이 책은 보통 그림책 정도의 두께랍니다. 그래서 부담없이 아이와 함께 넘겨볼 수가 있지요. 글을 읽지 못하는 우리 아이도 이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지요. 그냥 그림만 보면 되니까요. 옆에서 엄마가 여러가지 이야기도 해주면 더욱 좋겠지요.

<위의 꽃 사진을 빼고 나머지 사진들은 <씨앗도감> 본문 중에 나오는 것이랍니다. 저작권은 진선아이 출판사에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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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야 2010-08-23 22:43   좋아요 0 | URL
아.. 이 책 궁금했는데.... 안쪽은 삽화로 되어있군요.
저도 야생화나 이런게 궁금해서 이런저런 책을 찾아보고 있거든요.
가끔 사진 찍으러 나가기 때문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