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바이러스 동심원 10
이병승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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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동시집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동시들을 읽다보면 아이들의 마음을 읽게 되어 즐겁기도 하고 어린 어깨에 짊어진 짐이 무거워 보이기도 했다. 가끔은 동시집인데도 아이들의 시선이 아닌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본 글들이 버젓이 동시집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도 있었다. 동시를 어른들이 쓰려면 아무래도 마음이 굳어있지 않고 말랑말랑해야 될 것 같다. 그래야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아이들의 눈빛을 닮을 수 있기 때문이리라.

<초록 바이러스>는 참 유쾌한 동시집이다. 읽다보면 통통튀는 글 맛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서정적이라기 보다 아이들의 몸짓이 그려진다고 해야 할까. 암튼 읽는 내내 재미있었다. 그 재미를 혼자만 알고 있을 수가 없어서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본문 중에 나온 몇 개의 시를 적어 본다.

<헬리콥터>

학교 끝났다, 오버

신발주머니 가방
머리 위로 
빙글빙글 돌리며
달린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

발이 땅에서 떠오르는 아이들
모두 다
헬리콥터 되어

난다, 난다
신난다

수업이 끝나 교문을 나서는 아이들의 모습을 너무도 실감나게 그려낸 것 같다. 아이들이 돌리는 신발주머니가 프로펠러가 되고 가벼워진 마음을 헬리콥터로 표현했다. 읽다보니 나도 난다, 난다, 신난다.

<고양이 기사>

동네 골목 전봇대 옆 으슥한 곳에
무시무시한 까만 봉지 괴물
빵빵한 배를 퉁퉁 치며 자고 있어요.

고양이 기사가 발톱으로 가르면
빨간 리본의 사과 껍질 소녀가 나와요
참치 캔 깡통 로봇도 나오고
신문지 박사와 샴푸의 요정도 나와요

썩지 않는 비닐 감옥에
천 년 동안 갇혀 있을 뻔했다며
고양이 기사에게 박수를 쳐요

으쓱해진 고양이 기사는
"뭘, 이까짓 걸 가지고  ……"
깡마른 생선 뼈 아가씨 하나 물고
담장 위로 사라지지요

하늘이 반달눈으로 살짝 웃어요


나는 쓰레기를 아무데다 함부로 버리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런데 길을 가다보면 길가 여기 저기에 쓰레기가 엄청나게 많다. 특히나 썩지도 않는 비닐 쓰레기들. 이 글을 읽다보니 괜히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 사람들이 생각나서 화가 살짝 나기도 했다.

<존댓말>

조회 시간
우리가 다 모였을 때는
교장 선생님도
존댓말을 하는데

따로따로
혼자 있을 땐
무조건 반말이다

역시,
뭉쳐야 한다

아이들이라고 함부로 말하면 안되겠다. 반말일지라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하는 말과 그냥 대하는 것은 다르다. 아이들은 그런 것을 귀신같이 안다. 조금 찔린다.

<튀어나온 못>

튀어나온 못이
망치를 맞는다고?

나는 뾰족한
못이 아니야

호기심이야
질문이야
웃음이야
생각이야
꼭, 하고 싶은 말이야!

개구리 올챙이적 모른다고 어른이 되면 자신의 어릴적 생각은 잊어버린채 아이들이 자신의 뜻대로만 따라주길 원하는 독선자가 된다. 튀어나온 못처럼 보이는 아이들의 행동이 호기심이고, 질문이고, 꼭 하고 싶은 말일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겠다.

<초록 바이러스>

카페 온에
초록이만 나타나면
난 먹통이 된다

머릿속은 엉망진창
손발은 달달달달
심장은 벌렁벌렁
호호호 웃으며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고
하얀 덧니 웃는 얼굴이 보인다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강력한 
바이러스다

아이나 어른이나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반응은 비슷한 것 같다. 몇년 전 내 조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 생선가시를 발라줬다는 얘길 듣고 한참동안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조카 나이는 다섯 살이었다.^^

이외에도 아이들이 일상에서 겪었을 만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보통 사람은 놓치고 말 것들도 시인에겐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가 되나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웃을 수 있는 동시가 읽고 싶다면 <초록 바이러스>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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