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렁 뎅 둥그렁 뎅 우리시 그림책 13
김종도 글.그림 / 창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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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특이하지만 그림은 특별하다. 전래동요라고 해서 내가 아는 노래인가 싶었다. 표지에 보이는 둥그런 달이 넉넉하고 풍성한 느낌을 주며 달밤에 실루엣으로 비추어진 동물들의 모습이 경건해보이기까지 했다. 표지에서 부터 면지 하나 하나까지 손길이 가있다. 비어 있는 곳은 없고 나무 그림자라도 가만히 있을 자리에 있는 느낌이다.

보름달이 환하게 뜬 밤, 여우는 둥둥둥둥 북을 두드리며 동물들을 불러낸다. 생김새와 특성에 맞게 변신을 시키기 시작한다. 둥그렁 뎅뎅 소리에 맞춰 변신한 동물들이 나와서 신명나게 춤을 춘다. 모두 모두 생김새 대로 잘하는 대로 돌리라고 한다. 달밤의 기원인 듯 하다. 화려한 색상 대신 그림자로만 표현했는데도 오히려 신비로움이 더하며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이 책은 '둥구렁 뎅 노래'로 옛날부터 전국에서 두루 부르던 노래라고 한다. 다른 전래요와는 달리 조선후기 시인인 조수삼의 글 <통영아이>에도 등장하고 1930년대에 신민요, 1960년대 대중가요로도 불린적이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여러 채록본들 중에 울릉도 지방에서 채록된 노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원본을 살펴보니 그림책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그림책에는 '개구리란 놈은 떠들기를 잘하니 엿판의 장수로 돌리고...'로 나왔는데 원본에는 '개구리란 놈은 소리도 잘해 엿장사로 둘레라 얼사절사 잘 넘어간다'라고 되어 있다. 원본이 훨씬 리듬감이 살아 있다. 나오는 동물들도 차이가 있다. 그림책에는 황새. 물새, 까치, 곰, 토끼, 개구리, 두더지, 호랑이 순으로 나오는데 원본에는 황새, 깐채이, 까마구, 개구리, 제비, 참새, 배래기, 빈대, 쉬파리가 나온다. 

그림을 그린 화가 김종도는 숲 속 동물들의 달맞이 잔치를 더욱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각 장면마다 두 장 이상의 그림을 나누어 그린 뒤 겹쳐서 완성했다고 한다. 먼저 연필로 곱게 그린 정성그런 배경 그림으로 신비로운 밤 빛깔과 숲 이미지를 창조했고 그 깊고 고요한 밤 위로, 먹으로 그린 그림자를 차례로 올려 동물들이 어깨춤을 추며 놀게 했다.

처음에 어둡던 숲은 둥그렁 뎅 북소리와 함께 달빛으로 가득찬 모습으로 바뀐다. 달이 둥그런 밤에 나도 마음에 북을 치며 신명나게 춤을 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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