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너무 환상적이다. 예전에 김재홍의 <숲속에서>란 책을 보았을 때 숲 속에서 여러 동물들이 숨은 그림찾기 처럼 있어서 놀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도 마찬가지다. 누가 누구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암튼 비슷한 느낌이다. 이 책은 특히 노랗게 물든 나뭇잎들이 풍기는 황금빛 가을 정취에 취하고, 이렇게 멋진 숲속에서 여러 동물들과 숨바꼭질을 할 수 있는 것에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표지의 그림을 보면 그림이 있고 그림의 테두리 부분도 소홀함이 없이 잎사귀들로 고풍스럽게 꾸민것을 볼 수 있다. 요즘들어 관심을 갖고 있는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이다. 스토리는 정말 단순하다. 놀이터에서 오빠와 숨바꼭질을 하고 싶었던 민희는 오빠가 친구들과 공놀이만 한데 대해 불만이 있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오빠는 집에까지 누가 먼저 가는지 내기를 하자면 먼저 달려간다. 막다른 골목에서 오빠가 작은 나무들이 있는 틈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을 본 민희는 따라 들어간다. 그런데 전혀 본 적이 없는 멋진 숲이 민희 앞에 펼쳐진다. 민희는 너무 놀라 노래를 부르는데 누군가 따라 부른다. 그 누군가는 나무의 모습을 닮은 숨바꼭질 요정이었다. 요정은 숨바꼭질 하자며 다른 동물들을 부르고 모두 즐거운 숨바꼭질을 한다. 그러다가 오빠의 소리에 현실로 돌아온 민희의 손에는 작은 나뭇가지만이 들려 있을 뿐이다. 그토록 멋진 나무 숲은 사라지고 콘크리트 덩어리인 아파트 숲만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판타지 동화이면서도 한편의 짧은 그림책에 담기엔 전혀 무리가 없다. 이렇게 멋진 숲 속에서 나도 여러 동물들과 나무들과 숨바꼭질 놀이를 해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