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드라마 창작 실기론
김성희 지음 / 연극과인간 / 2001년 3월
평점 :
품절


동네 도서관이 올해도 도서관 작가 파견사업에 선정되어 드라마 작가이면서 동화작가인 양승완 작가의 수업이 개설되어 참여하게 되었다. 첫 수업에 지각을 한 탓에 함께 수업을 진행할 참여자들의 자기 소개 시간이 이어지고 있을 무렵 도착하였다. 그래서 앞의 분들의 소개를 다 듣지 못했는데 작가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가만 들어보니 참여자 중에서 드라마 작가 공모전에 여러 편 낸 사람도 있고, 글쓰기를 열심히 했던 사람들이 있었나보다. 참여자 중에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이 작년 동화수업을 들었던 사람들로 이중엔 동화 공모전에 여러편 응모하고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나머지는 책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선생님은 앞의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과대평가를 하신 것 같다. 바로 다음 수업에 10분 드라마를 써올것을 과제로 내주셨다. 

극본이라면 학창시절 크리스마스 캐럴이란 작품이 연극대본처럼 교과서에 실린 것을 본 게 전부이고, 제목도 기억나지 않은 책 몇권 읽은 것이 전부이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사실 기억도 나지 않고, 각종 용어들도 잊어버린지 오래다. 항상 숙제는 꼭 해가는 나의 오랜 습관은 나를 불안으로 내몰았고, 수업이 끝나자 마자 도서관 서가로 달려가 이 책을 빌려왔다. 제법 두꺼워서 이 책을 읽는데만 일주일은 걸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중간 중간에 여러 드라마의 예문이 나와 있고,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것들이 기억나면서 후다닥 읽어버렸다.

이 책을 읽기전엔 어떻게든 숙제를 해내겠지...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두려움은 커져버렸다. 지금은 온 몸과 온 정신이 두려움으로 가득 차버린 느낌이다. 보통 드라마를 볼 때 어이없는 스토리 전개를 보면서 어휴~ 뭐야, 저런 것은 나도 쓰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작가들이 위대해 보이기까지 한다. 한 장면 한 장면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보여줘야 하고, 공감할 수 있게 드러내야 하니, 더불어 생생한 대사를 만들어내야 하고, 시청률까지도 신경써야 하는 드라마 작가들이 얼마나 피곤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 주변에 드라마 작가에 승부를 건 사람도 있는데 10년 동안 매달렸지만 결국 그 길로 들어서지 못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아직도 미련이 남은 모양이다. 아무튼 나는 드라마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란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새삼스레 느끼게 되었고, 더불어 갑자기 행복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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