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때 보면 교실의 화분에 항상 꽃을 꽂아놓는 친구가 있다. 우리 마을엔 봄엔 진달래가 앞산 뒷산 가득하지만 목련은 볼 기회가 없었는데 중학교 때 화분에 꽂혀있는 새하얀 목련을 처음 보았던 기억이 남아 있다. 다른 반과 경쟁심리도 있었던 듯 싶다. 꽃을 보면 누구나 기분이 좋다. 도시에서만 살아오던 김선생님이 면 소재지의 열두 학급짜리 조그마한 학교로 첫 발령을 받아 온다. 이듬해에 6학년 여자반을 맡아 바짝 긴장한 김선생님의 책상에 꽃병 가득 진달래가 꽂혀 있다. 공부는 뒤떨어지나 정직하고 맡은 일을 열심히 한다고 생활기록부에 적힌 보선이가 꺾어온 것이다. 그 뒤로도 보선이는 계속 꽃이 채 시들기도 전에 새로운 꽃으로 바꿔놓는다. 반 학생들이 그 꽃 이름들을 선생님께 물어보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선생님은 그 꽃들을 정성 들여 스케치한다. 서점을 뒤져 식물도감을 산 선생님은 이름을 찾아 학생들에게 알려준다. 어느 날, 장심부름 하느라 오후 수업에 늦은 보선이에게 선생님은 크게 화를 낸다. 보선이가 손전등을 가지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선생님은 보선이 집에 찾아간다. 가는 길에 숲에 들어서 여러가지 들꽃들도 보면서 보선이를 생각하고 길을 잃고 헤매면서 비로소 보선이가 먼길을 힘들게 다녔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지막에 군대에 입대해야 하는 선생님이 보선이의 얼굴을 끝내 보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어 여운이 더욱 깊은 것 같다. 그림 동화 치고는 글이 많은 <들꽃 아이>는 아마도 출판사의 기획자가 임길택님의 단편 중에서 골라내서 김동성 작가의 그림과 조화시킨 것 같다. 한편의 서정적인 영화를 보는 듯 마음이 따스해지는 것 같다. 뒷쪽에 보니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였던 듯 보선이라는 이름도 그대로 표기했다고 한다. 먼 길을 걸어 학교에 다니느라 더러 밤길이나 새벽길에 무섭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했을 그 길에 가득했던 들꽃들이 보선이에게는 커다란 위안이 되었을 것 같다. 선생님이 숲에 들어선 장면의 그림은 김동성 작가의 노고가 전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오랜 앨범을 꺼내 보는 듯 추억에 잠기게 하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