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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요시토모 나라 그림 / 민음사 / 2002년 3월
평점 :
요시모토 바나나, 어머님이 좋아하는 작가다.
나는 일본작가 중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류의 작품을 많이 읽었다.
그렇다고 이들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이상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어머님께 읽어보시라고 빌렸는데 어머님은 구입해서 가지고 계셨다.
그래서 내가 읽게 되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은 키친을 읽은 게 전부다.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왠지 손이 가지 않았다.
키친을 읽으면서 문장이 짧고, 쉼표가 참 많이 들어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선지 주인공들의 마음을 문장이 아닌 내 마음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쉼표가 눈에 많이 띄는 걸로 보아 작가의 특징인 것도 같다.
이 책은 작가에게 실제 있었던 일을 글로 쓴 것이라고 한다.
죽음을 다루고 있다. 읽으면서 내게도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했던 시간이 있었음을 상기하게 되었다.
그 하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대학 학력고사를 보고 난 겨울이었다.
광주에 있는 작은 아버지 댁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마을 친구의 자살을 알리는 전화가 왔다.
후드득, 눈물이 쏟아졌다. 머리가 텅 비어버린 것도 같았고, 시간이 정지해버린 것도 같았다.
그 친구는 같은 마을에서 살았지만, 마을 친구들과의 어울림은 없었다.
섬에서 사는데도 사투리 쓰는 것을 경계하며 표준말을 썼고, 공부를 꽤 성실하게 했다.
여기서 성실하다는 것은 내 입장에서 본 느낌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그런대로
우수했던 내게 그 친구는 아주 아주 열심히 시간을 아끼며 공부하는 데도 나보다 나아 보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참으로 건방떤 모습이었다. 고 3때 통학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학교 근처 고모댁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그 친구는 집안 사정으로 고모댁 아래집에서 ,숙식을 제공 받고 가정교사를 하며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그러면서 친해지게 되었는데 어느 날 그 친구와 같이 밤을 보내게 되었다.
염세주의에 빠져있던 나는 살기 싫다는 얘기를 했고, 그 친구도 뜻밖에 자살을 꿈꾸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오늘 밤 자정에 '같이 죽자'는 말을 했다.
그토록 오랫동안 자살을 생각해왔던 나인데 정작 그말을 듣는 순간, 더럭, 겁, 이, 났, 다.
어찌해서 그 날을 넘겼는지는 기억에 없다.
그랬는데 진짜로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왠지 슬픔보다는 서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저미는 아픔과 자살을 방조한 것 같은 죄책감에 오랜 동안 시달렸였다.
엄마께서 부적까지 해 주실 정도로.
지금까지도 그 친구는 내 꿈에 이따금 등장한다. 여전히 그 모습으로 내게 손을, 내밀고 있다.
죽음은 이렇게 생각지 못하게 다가올 수도 있고, 간암으로 돌아가신 내 할머니처럼 예견된 죽음을
지켜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서 사람의 삶은 유한하며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나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아이를 갖기 전까지 내 소원은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죽음이 아닌
고요히, 맞는 그런 죽음이었다. 지금은 아이가 있어선지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내 소원이지만 말이다.
하드 보일드란 말이 무슨 뜻일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더니 계란을 완숙(hardboiled)하면 더 ’딱딱해(tough)’지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1930년대 미국 문학에 나타난 창작 태도로 현실의 냉혹하고 비정한 일을 감상에 빠지지 않고 간결한 문체로 묘사하는 수법이다 라고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