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를 보니 어두운 톤의 배경그림에 비해 노랑색 옷에 빨간 부츠를 신은 아이의 옷차림이 유난히 눈에 띈다.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있다. 달과 별이 있는 걸로 보아 저녁인 것 같다. 앤서니 브라운의 특유의 숨은 그림찾기가 이 책에서도 여전하다. 자세히 보니 아래 검은 부분에 고릴라의 모습들이 여기 저기 숨어 있다. 보면서 싱긋 웃음이 나온다. 내용을 따라가 보자. 한나는 고릴라를 무척 좋아한다. 고릴라와 관련된 비디오, 책, 그림 등등..하지만 진짜 고릴라는 본 적이 없다. 아빠가 너무 바쁘기 때문에 동물원에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빠는 한나가 학교에 가기전에 출근해서 집에 와서까지도 일을 한다. 주말엔 너무 지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러니 한나는 늘상 혼자 텔레비젼을 보거나 하면서 외롭다. 내일은 한나의 생일이다. 아빠에게 고릴라 한마리를 갖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한밤중에 깨워보니 선물이 놓여 있다. 풀어보니 '그냥 고릴라 인형'이다. 실망한 한나는 발치에 인형을 놓아두고 잠이 든다. 그런데 굉장한 일이 일어난다. 고릴라 인형이 진짜 고릴라 인형이 되어서 한나와 동물원에 가서 고릴라도 보고, 영화도 보고, 거리도 걷는다. 이쯤되면 사람들은 알아 차린다. 고릴라는 다름이 아닌 한나가 원하는 아빠의 모습이란 것을... 그림책의 즐거움은 그림이 주는 느낌이다. 이 책의 그림들은 한나의 감정에 따라 색의 변화를 보인다. 처음 아빠와 식탁에 앉아서 아침을 먹는 장면의 아빠의 모습은 그로테스크하다. 빨강색을 입은 한나의 모습을 제외하면 아빠뿐만 아니라 배경이 되는 것들도 모두 푸른 계열이다. 이 장면은 나중에 고릴라와 한나가 식탁에서 음식을 먹는 장면과 대비된다. 고릴라와 한나가 식탁에서 먹는 장면은 노랑과 빨강으로 밝은 느낌을 가득 전해준다. 한나가 아빠와 말하고 싶어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더 어두운 색으로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것 또한 생일날 아침 아빠와 함께 하는 장면과 대비된다. 작가 앤서니 브라운은 색의 대비와 뒷모습 등을 통해 한나의 심리를 전해주고자 한 것 같고 이는 성공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