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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요 바빠 - 가을 ㅣ 도토리 계절 그림책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 보리 / 2000년 6월
평점 :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10년 쯤 전이다. 기혼인 직장 동료가 아이에게 줄려고 사 온 것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도토리 계절 그림책'이란 이름을 달고 사계절의 농촌의 모습을 네권의 그림책에 담아내고 있는데, 이 책은 가을에 해당하는 책이다.
이 책들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특히 우리가 매일 매일 먹고 있는 '먹을 거리'가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사는 아이들이 아닌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은 생산과정은 생략되어진 채 마트에만 가면 살 수 있는 공산품과 하등 다를것이 없어 보이는 게 농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구구절절하게 말로 설명하거나 하진 않는다. 그냥 책장을 넘기면서 그림을 따라 가면 된다. 이 점이 이 그림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표지를 보면 농가의 처마에 감과 옥수수가 가득 매달려 있다. 아마 말리고 있는 것이리라. 한 해 농사의 결실인 걷어들인
곡식들이 담겨 있을 것만 같은 자루들도 눈에 띈다. 이 집에서 마루가 가족들과 살고 있다. 이곳은 산골이다. 가을이 오면 모두 바쁘다.
붉게 익은 고추를 따서 햇볕에 말려야 하고, 옥수수도 말려야 한다. 참깨도 털어야 되고, 참새들이 낟알을 쪼아 먹지 않게 쫓아야 한다.
알밤도 주어야 하고, 콩도 털어야 한다. 벼베기에 곶감 만들기, 겨울 김장 등 가을 걷이에 온 가족이 동원된다.
페이지마다 사람말고도 제비, 닭, 참새, 청설모, 생쥐, 까치, 들쥐, 기러기 등 가을을 맞는 동물들의 여러 모습들이 눈에 띈다.
사람은 다른 여러 동물들과 이렇게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움직이는 다양함 때문인지 책이 활기가 있다.
책이 출판된지도 10년이 넘어서 지금의 농촌보다 더 옛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올수도 있겠지만, 책을 읽어주는 어른들은 정겨운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설명해 줄 것 같다. 그림의 배경이 마치 고향 같은 포근함이 전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