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너무 힘들어보여- 돼지책

돼지책 (100쇄 기념판) ㅣ 웅진 세계그림책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0월

돼지책, 제목이 우습다. 표지 그림을 보니 엄마가 아빠와 아들 둘을 업고 있다. 
엄마의 얼굴은 무표정한데 아빠는 활짝 웃고 있고 아이들도 미소 짓고 있다. 
이게 뭔가.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이니 숨은 그림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도 하면서 말이다.

“엄마, 빨리 밥 줘요.” 아이들은 아주 중요한 학교에서 돌아와 저녁마다 외친다. 
“어이, 아줌마, 빨리 밥 줘.” 피곳 씨도 아주 중요한 회사에서 돌아와 저녁마다 외친다.
피곳 씨와 아이들이 저녁을 먹자마자, 피곳 부인은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고, 다림질을 하고, 
그러고 나서 먹을 것을 조금 더 만든다.
어느 날 저녁,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집에는 반겨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엄마는 어디 있니?” 피곳 씨가 회사에서 돌아와 물었다.
피곳 부인은 어디에도 없었다. 벽난로 선반 위에 봉투가 하나 있었다. 피곳 씨는 그 봉투를 열어 보았다. 
안에는 종이가 한 장 들어 있었다.
“너희들은 돼지야.”
엄마에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피곳 씨와 두 아들은 손수 밥을 짓기도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끔찍한 순간들이 이어진다. 집안은  점점 어질러지고 피곳 씨와 아이들 모습도 돼지처럼 변해간다.
시계도 달도 양념통도 수도꼭지도 전화기도 등불마저도 돼지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돼지 우리처럼 더러울 뿐만 아니라 먹을 것이 하나도 없어진 집이 된다.
그 순간 엄마가 집으로 돌아 온다. 엄마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은 피곳 씨와 두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집안 일을 돕고 엄마는 자동차 고치는 일을 한다.

어떤 이에게 들은 말인데 엄마가 자동차 고치는 장면때문에 출간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 나라에선 여자가 차를 고치를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아서인 것 같다.
책은 ’가사노동’’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가사는 엄마의 몫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몫이라고 말한다.
우리 부모세대만 하더라도 고정적인 성역할 분담이 있었지만 요즘은 우리나라도 많이 변해 가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엄마의 역할이 크지만 말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이 그렇듯 책을 몇번이나 다시 훑어 보게 된다. 이번엔 돼지다.
돼지 그림자, 아이들 외투 주머니의 돼지 그림, 아빠의 옷깃에 돼지 배지, 문 손잡이, 콘센트, 액자 그림속의 돼지 남자,
돼지 액자, 돼지 화분, 연필꽂이에 돼지 연필, 돼지 모양의 타일, 벽지에서도 돼지를 찾을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참 풍자가 유쾌하다. 
피곳 씨와 아이들 모습은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는데 엄마의 모습은 마지막 페이지를 빼고는 
뒷모습으로 표현되거나 눈, 코, 입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게 표현한 것이 보는 이로 하여금
엄마의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그림책이지만 온 가족이 함께 읽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