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이가 산책을 나왔다. 엄마는 풀밭에서 누워 책을 보고 있고, 아이는 우유병을 안은 채 잠들어 있다. 아마도 우유를 먹다가 잠들었나 보다. 그때 노랑나비 한마리가 날아 와서 유모차에 앉는 바람에 아이가 깬다. 날아다니기만 해서 피곤하다는 나비에게 아이는 유모차를 태워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개구리가 나타나 자기도 타고 싶다고 하고, 나비는 개구리가 무섭다며 날아가 버린다. 나비를 쫓은 개구리가 얌체같지만 기꺼이 태워 준다. 몇 발짝 밀고 갔더니 이번에는 꽤액 거위가, 다음엔 고양이가 유모차를 탄다. 고양이는 젖병까지 빨아 먹는다. 그리고는 여우가 또, 곰이 나타나서 무조건 유모차에 탄다. 아기는 그런 동물친구들을 내치지 않고 차례로 태워준다. 그러다 지쳤는지 아이는 스르르 잠이 든다. 잠에서 깬 아이는 동물 친구들을 불러보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자 울고 만다. 그러자 친구들이 모두 나타나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엄마에게 데려다 준다. 이 이야기는 잠들었던 아이의 꿈 속에 동물 친구들이 찾아온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진다. 늘상 유모차를 타기만 했던 수동적인 존재였을 아이가 동물 친구들을 만나면서 엄마처럼 밀어주는 역할을 하는 능동적인 모습이 귀엽다. 작은 나비부터 점점 무게가 나가는 동물들로 바뀌어 나가는 것도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한다. 곰이 탔을 땐 아이가 무척 힘들었을 것을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도 나온다. 우리 아이가 책속의 아이와 비슷한 또래라서 더 한층 와닿는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알겠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무엇이든지 혼자 해보려고 한다. 자율성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엄마처럼 나도 산책을 나갈 땐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다닌다. 신발을 신겨서 공원에 내려놓으면 너무 좋아라 한다. 그리고 유모차에 타려고 하지 않고 자기가 유모차를 밀고 가려고 한다. 책 속의 아이의 모습에서 내아이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