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딸아이이와 신명나게 읽은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이 바로「똥벼락」인데 다섯살인 딸아이에게는 똥’이라는 어감이 재미있는지, 아니면 의미가 재미있는지 책읽는 내내 ‘똥~’만 나오면 꺄르르 꺄르르 웃음꽃이 핍니다. 책의 제목부터 “똥벼락~~~” 그러니까 “똥뷰락이래~~”그러면서 무에가 그리 우스운지 얘기도 시작전인데 벌써 뒤로 넘어갑니다. ‘똥’과 관련한 여러책이 있지만 그중 저의 아이가 가장 아끼고 있는 애장본...「똥벼락」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김 부자는 돌쇠 아버지를 30년 동안 머슴으로 부려먹었습니다. 이야기는 다짜고짜 김 부자가 나쁜 사람임을 비추면서 시작됩니다. 이 한줄로 미루어 김 부자에게 30년 동안이나 부림을 받은 돌쇠 아버지는 아마도 우직하니 마음좋은 사람인가 봅니다.
그렇게 30년이나 부림을 당한 댓가로 돌쇠 아버지가 고약한 김 부자에게 받은 것은 고작 자갈밭입니다. 하지만 착한 돌쇠 아버지는 그것도 감지덕지, 밭의 자갈을 모두 골라내고는 밭에다 뿌릴 거름걱정을 합니다. 여기서부터 슬슬~ ‘똥’이 등장하지요. 돌쇠네는 정말 똥을 금덩이처럼 귀하게 여기면서 온갖 똥을 모읍니다.(아~ 똥이 금덩이와 같은 대우를 받다니~)
어느날 잔칫집엘 간 돌쇠 아버지는 그만 배가 아파서 급히 집으로 가는데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서 나뭇잎에 싸갈 생각으로 볼 일을 보지요. 그런데 똥과 함께 누었던 오줌이 그만 낮잠 자던 도깨비 얼굴에 쏟아지는 바람에 돌쇠 아버지는 기적과 같은 도깨비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돌쇠 아버지의 딱한 사정을 들은 도깨비는 별 어려울 것도 없다는 듯이 김 부자네 똥을 돌쇠네로 날아다 줍니다. 돌쇠네는 그 똥으로 잘 썩은 똥 거름을 만들어서 밭에 뿌린 덕분에 조며 수수며 고구마 농사를 잘 지었지요.
이제 슬슬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고구마를 캐던 돌쇠 아버지가 금가락지를 발견하고는 김 부자에게 달려갑니다.(아~ 돌쇠 아버지, 정말 우직합니다..그려~) 이야기를 죄다 들은 김 부자는 그 성격 어디갈까요. 돌쇠 아버지를 똥도둑으로 몰아세우고는 훔쳐간 똥을 모두 갚든지, 똥 먹고 자란 곡식을 몽땅 내놓으라고 우격다짐을 합니다.
이실직고하러 갔다가 되려 매만 번 돌쇠 아버지는 하도 막막해서 산도깨비를 찾아가서는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돌쇠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산도깨비는 김 부자의 욕심에 혀를 두르며 드디어 똥벼락을 내립니다.
“수리수리 수수리! 온 세상 똥아, 김 부자네로 날아라!”
똥벼락이 얼마나 클지 거무누르스름한 똥구름이 하늘을 뒤덮고는 온갖 똥덩이가 김 부자 머리 위로 쏟아집니다. 이제 드디어 하은이가 신이 나는 대목이 나옵니다. 산도깨비가 모은 세상의 온갖 종류의 똥이 나열되거든요. 된똥, 진똥, 산똥, 선똥, 피똥, 알똥, 배내똥, 개똥, 소똥, 닭똥, 말똥, 돼지똥... 이 똥들을 다~ 나열하기도 전에 우헤헤~ 우헤헤~
김 부자에게 내린 똥벼락은 똥산이 되고 동네 사람들은 그 산에 쌓인 거름을 가져다 농사를 지어서 풍년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똥산이 돼버린 모습을 보고는 하은이가 묻습니다. 김부자는 어떻게 됐냐고... 똥산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산 귀퉁이에 사람 발자국과 고양이 발자국이 보이는데 아마도 김 부자는 겨우겨우 똥산을 헤집고 나와 똥을 뒤집어쓴 부끄러움에 마을을 떠났을거라고 얘기해 주지요.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가 선악구조의 형식속에 해학과 풍자를 담아내는 틀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어 책을 읽는 동안 아이들에게 재미뿐 만이 아니라 선한자와 악한자의 결말에 대한 흥미로움으로 내용을 단번에 읽어내려가는 힘을 주는 듯 합니다.
흔히 ‘똥’이라고 하면 그것의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먼저 생각하고 코를 싸쥐기 일쑤였던 우리네들... 그런 작태에 일침을 놓기라도 하듯「똥벼락」은 똥의 양면을 통해 자연의 순환을 기억하며 똥을 귀하게 여기는 자들에겐 복을 불러오지만 단지 배설물로 여기고 업쑤이 여기는 자들에게는 오히려 화로 작용함을 일러줍니다.
김 부자에게 새경으로 받은 자갈밭이었을 지언정 그 자갈밭을 걱정하기 보다 그 밭에 뿌려질 거름을 걱정하여 온갖 음식물의 찌꺼기이고 냄새나는 배설물을 단지 더럽다 생각않고 귀히 여겼던 돌쇠네, 하늘(산도깨비)은 그런 돌쇠네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그 밭에서 입으로 들어가는 온갖 곡식이 열리는 복을 준 것일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똥을 단지 자신의 욕심을 채울 대상으로 생각했던 김 부자는 세상의 온갖 똥의 더러움에 치를 떨었겠지요.「강아지 똥」이 세상에 하잘 것 없는 것은 없음을 말하고 있다면「똥벼락」은 귀한 똥과 더러운 똥이란 어떤 것인가를 알려준다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