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한 동안 하루키에 열중한 적이 있다.

작품에 나타난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그러다 손을 놓아 버렸다.

읽다보면 점점 힘이 빠지는 느낌이 싫었다.

팔팔한 고교생이 읽기에 너무 맥을 빼게 만들지 않는가?

 

그리고 마주친 사람은 또 다른 무라카미인 류

색다른 소재,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은 맘에들었지만

어떤 작품은 에너지 과잉에 사람을 질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 동안 일본 문학은 읽지 않았다.

 

하루키의 최대 걸작이네 어쩌고 하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안 읽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친구가 이 책 주인공과 내가 닮은 구석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나... 궁금한 것 잘 못 참는 성격이다.

그래서 읽어 봤다.

나랑 닮은 구석이 있는지 눈을 불을 키고 찾아서 발견한 것

1. radiohead의 kid A 앨범을 듣는다는 것

2. 콜라 별로 안 좋아한다.

3. TV 잘 안 본다.

4. 책을 좋아하는 편

 

각설하고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스스로의 의지로 위를 작게 만드려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맘에 들었으나

그의 음악 취향을 보니 너무 억지 스럽다는 생각이다.

15세 때는 그런 음악을 좋아할 수 없다.

그런 음악을 좋아하는 건 중년의 하루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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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oung★ 2004-01-02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랑 에투루스까 간 이후로 그 책 펴보지 못했다.
'다섯살이 되면'이란 책을 읽었거든........생각보다 별루였어..이 책은..걘적으로 별로 안좋아하는 종류였쥐..
이제 방학도 했으니 그 책 다시 펴봐야지
나두 주인공이랑 너랑 얼마나 닮았는지 봐야겠땅..^^

A Girl Reading 2004-01-03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권짜리 두꺼운 책을 사들고 빨리 읽고 싶어서 잠을 안 자고 읽었었는데...내가 일본문화와 그 작가를 이해하기엔 너무 평범하게 사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지.
건웅쌤이 그 주인공과 닮았다는 말에 흠짓 놀랐음. 정말 닮은 것일까??두렵다..^^
 

알라딘에서의 나의 닉네임은 미메시스.

미메시스는 다음에서 따 왔다.


"유년기의 인류는 자연을 그저 쓰고 버리는 도구로 간주하지 않았다. 말 못하는 자연에서 언어적 본질을 보고, 그것과 평등하게 소통하여 미메시스(mimesis)를 했었다. '미메시스'란 철학에서 말하는 의식 속에서의 대상의 '표상'이나, 미학에서 말하는 화폭 위에서 대상의 '모방'(imitatio)이 아니다. 그것은 주위환경에 맞춰 몸 색깔을 바꾸는 카멜레온과 같은 존재론적 닮기를 말한다. 가령 어린아이들을 보라. 그들은 장사꾼과 선생님만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풍차와 기차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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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폴 오스터의 책

빵굽는 타자기에서 따온 말이다.

이 책의 부제가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였다.


 

지금은 폐쇄했지만 전에  '닥치는 대로 글쓰기'라는  카페를 개설한 적이 있었다.

개설만 하고 아무런 글도 없이 그냥 두었는데

어느 날 낯선 여자 아이가 들어와서 잔 뜩 글을 써 놓은 적이 있었다.

내가 와서 글을 읽어 보니

말 그대로 닥치는 대로 글을 써 놓았는데

글이 참 신선했다.

글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작가 지망생일까 하는 호기심도 일었다.

 

그러다 우연히 카페에 동시 접속하게 되어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나는 반갑고 친해지고 싶어서

메일을 보내기도 했는데

 

그 애는 자기만이 활보하던 공간이 보여진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혹은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쳤는지

어느 날 자기 글을 모두 지우고 나가 버렸다.

 

으흠......

그냥 옛 생각이 나서

두서없이 적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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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아스토    




원래 아기를 가질 생각이 없었다. 저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주제에 책임져야 할 생명을 덜렁 세상에 내놓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 같은 놈을 세상에 또 하나 토해놓는 게 세상을 위해서도 별로 좋을 것 같지 않았다. 불쌍한 세상이 대체 무슨 죄가 있는가? 하지만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보채는 아내의 성화 덕에 결국 애를 갖게 되었다. 겁나게  먹어치우고, 먹은 만큼 겁나게 싸대면서 녀석은 무럭무럭 자라 지금 네 돌을 바라본다.

아이를 낳고 1년쯤 지났을 때 아내는 애를 뚝 떼 놓고 저 혼자 독일로 떠났다. 그 동안 아이는 집에서 아빠와 할머니한테 한국말을 들으며 자라야 했다. 자리를 잡은 아내가 6개월 만에 돌아와 애를 데리고 돌아갔다. 기억 속에 저장했던 한국말을 고스란히 지우고 아이는 그 자리에 엄마에게 듣는 일본말을 다시 입력해야 했다. 모국어(母國語)는 일본어, 부국어(父國語)는 한국어, 유치원에서는 독일어. 얼마나 혼란스러웠겠는가?

남의 속도 모르고 "3개 국어를 할 테니 얼마나 좋겠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애가 말을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서들 하는 얘기다. 언어가 혼란스러우니 아이의 발달이 늦어질 수밖에. 그래서 엄청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이번 여름 방학에 들어온 아이는 서툴게나마 일본어를 했다. 유카타 차림에 조리를 신고 방안을 이리저리 딸깍딸깍 걸어다니다가 "파파, 나니 시테루노?" (아빠, 뭐해?) 미니 쪽발이 아스토 쿤(君), 무지 귀엽다.

3개 국어가 난무하는 세상이 아이에게는 어떻게 보였을까?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 못지 않게 황당하지 않았을까? 아니, '이상함'의 기준도 모르는 채 그런 상황에 들어갔으니 세상이 원래 그런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어릴 적부터 여러 나라 사람들을 접하며 여러 언어를 배워야 했던 루소는, 사람들은 원래 저마다 자기 언어를 갖고 있다고 믿었다 한다. 하긴, 만나는 사람마다 언어가 달라지니...

요즘은 유치원에서부터 영어를 가르친다는 얘기를 듣고, "으악"하고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래, 이 미친놈들아, 애를 잡아라, 잡아. 우리 애가 돌아오면 영어 가르치는 유치원에는 절대로 안 보낼 거다. 아니, 못 보낸다. 근데 문제는 영어 안 가르치는 유치원을 과연 찾을 수 있느냐 하는 것. 듣자 하니 요즘은 다들 경쟁적으로 영어를 가르친단다. 대체 왜들 그럴까? 하여튼 대한민국, 정말 이상한 나라다.

걱정되는 것은 바벨의 언어가 아니다. 언어의 혼란이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테니까. 문제는 우리 아이가 돌아와 살 대한민국이 정말 말도 안 되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나라'라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승용차로 돈 박스를 실어 나르고, 트럭으로 배추잎 차떼기를 하고, 다른 편에서는 노동자가 분신을 하고, 농민이 할복을 하고, 서민이 투신을 한다. 도대체 이런 나라에 겁나서 어떻게 애를 남겨두겠는가?

얼마 전에 한 사내가 새총과 화염병으로 중무장한(?) 채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는 사진을 봤다. 그는 그렇게 삶의 근거지를 파괴하려는 철거반원과 사적 소유의 신성함을 대변하는 경찰들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고 있었다. 농성을 위해 지은 탑 안에는 젖먹이 아기와 함께 80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 들어가는 전기를 끊고, 가스를 끊고, 수도까지 끊는다. 그래, 이 미친놈들아, 죽여라 죽여. 이러니 겁나서 어떻게 애를 낳겠는가?

생존권보다 소유권이 더 신성한 나라. 우리 아이가 앞으로 이런 나라에 살아야 한다. 더 절망스러운 것은 동료 시민들의 싸가지. 이런 잔혹한 광경을 보고 기껏 "임대 아파트 얻어내려는 수작" 어쩌구 하는 이들도 있었다. 우리 아이가 앞으로 이런 야수들 틈에 섞여 살아야 한다. 대책 없이 애부터 낳은 내 죄가 실로 크다. 하지만 이왕 낳은 거, 어쩌겠는가? 책임져야지. "2% 정당" 어쩌구 하는 비아냥을 들으며 내가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진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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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되는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면

나는 채석장으로 가서 채석기를 본다.

바위를 내려치는 채석기

백번을 내리쳐도 잔금하나 보이지 않다가

백한번 내려치는 순간

돌을 둘로 갈라지고.

그 때 나는 알았다.

돌을 둘로 쪼개어 놓은 것이

그 백한번째 망치질 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 전에 내리쳤던 모든 망치질이 그 돌을 깨어 놓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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