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뮤직 음반의 내지는 낯선 나라 음악의 안내서와도 같다. 세계의 여러 나라 음악가와 악기에 대한 설명과 가사 해석이 실려 있어 생소한 나라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제는 음반 대신에 인터넷 음원을 주로 듣기에 민속음악에 관한 정보는 뒷전이 되어가고 있다. 여러 나라의 전통 음악 현장에선 지금 어떤 음악이 연주되고 있을까?
저자는 프랑스어 관련 회사에서 일을 하며 서 아프리카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세계 음악 기행을 다니며 알게 된 음악가를 국내의 음악 축제에 초대하는 일도 하고 있다. 이 책은 사하라, 발칸, 아나톨리아 지역의 10개국의 민속음악을 찾아 떠나는 여행기다.
아프리카 말리에서 시작된 여정은 북동부 사막지역의 분리주의자 반군들 때문에 순탄치 않았다. 다행히 현지인과 음악단체의 도움으로 전통악기인 은자르카, 캴바스, 카말렌고니를 연주하는 음악가들, 의례와 잔치 현장에서 노래하는 세습음악인을 만날 수 있었다.
사하라 유목민인 투아레그 사람들로 구성된 타르티트 밴드의 이야기는 인상적였다. 오랜 기간 그들의 음악은 반란군에 의해 금지되고 탄압받았기에 그들의 음악은 거의 잊혀져 갔다. 저자는 운 좋게도 난민캠프에서 새로 음반을 녹음하는 타르티트 밴드를 만나 음악을 기록한다. 그들은 삶의 터전인 사막으로 돌아가고 가기를 바라며 자유를 노래했다.
터키의 아나톨리아반도에 살던 그리스인들은 로잔조약에 의해 강제로 그리스로 쫓겨난다. 이주한 아나톨리아 음악가들은 부둣가 선술집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 이는 훗날 그리스의 대표 전통음악 장르인 '렘베티카'로 자리 잡는다. 염소 가죽을 통째로 벗겨서 바람주머니를 만들고 피리를 연결한 백파이프와 비슷한 그리스 악기인 가이다, 타악기인 다르부카, 우드에 맞춰 아나톨리아 반도의 선율에 노래하는 노부부의 모습은 사진과 대화로 현장감을 더한다.
저자는 가는 지역마다 현지인들에게 그 마을에서 연주를 잘하는 음악가를 묻거나 마을의 축제, 모임을 찾아서 최대한 현지 사람들의 음악을 담으려 노력한다. 또한 대부분 지역에서 잊혀져 가는 민속 음악 전통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10개 나라의 전통음악의 여러 장르, 악기, 노래까지 담고 있는 이 책에는 낯선 음악 용어가 많았다. 하지만 그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여럿 있었다. 가령, 모로코의 음악가들의 음악은 “롸이스 밴드의 전통을 잇고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핫산 아저씨가 현악기 리밥을 연주하며 신민요풍의 노래를 부르고 반조와 타악기들이 반주를 했다.”
“크레타를 일주하고 테살로니키에선 마케도니아 지방의 음악을 들었고 북동부 트라키아지방으로 이동해서는 아나톨리아 반도에서 귀환한 가족들의 귀한 음악을 들었다.”,“터키의 헴신 전통음악, 터키의 현악기 바을라마”등. 각 지역 마다 다른 음악 전통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필요했다. 책에 나오는 노래 해석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한 권의 책에 10개 지역의 음악을 최대한 언급하려다 보니 음악이 짧은 에피소드 식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오지로의 여행이다 보니 이동의 과정, 만난 사람들, 음식, 낯선 마을 묘사가 많은 지면을 차지했다. 그만큼 흥미롭고 생소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하길 바라는 독자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하라, 발칸, 아나톨리아에서의 음악을 더욱 생생하게 듣고 싶은 독자는 유튜브에서 채널<세상의 끝에서 만난 음악>을 참고하면 좋겠다. 현지에서 촬영한 영상은 독자들을 각 지역의 다양한 악기, 노래, 춤의 현장으로 데려갈 것이다. 세계민속음악과 월드뮤직 애호가가 이 책의 독자층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