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룬다티 로이는 첫 소설을 쓴 후 20년 만에 <지복의 성자>를 출간했다. 그녀는 지난 20년간 책상 앞에 앉아 있기보다 군중속에 있었다. 인도의 급성장 속에서 착취당한 사람들을 대변하며, 카스트 제도, 그리고 자본 세력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하면서 말이다. <자본주의:유령이야기>는 인도의 자본 시스템 작동을 면밀하게 파헤치고 불평등한 인도의 민낯을 드러낸 보고서다.

 

   


수백만 인구의 토지가 “공익”이라는 이름하에 강제로 빼앗긴다. 착취된 토지는 민간 자본에 넘겨진다. 석유화학, 천연가스, 고등학교, 생명과학연구등 개인 재산 200억 달러를 소유한 암바니와 신흥 대기업의 손에 들어간 땅. 댐, 고속도로, 포뮬러 원 경주장이 들어설 곳이다. 온 국토가 “인도의 발전”을 위해 몸살을 앓는 동안 자연은 무참히 훼손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희생된다. 철강 건축 부지를 만들기 위해 인도 정부는 차티스가르 숲에 게릴라 군을 투입하여 35만명을 내쫓는다. 달리트(최하층계급)과 원주민들은 터전에서 쫓겨나 소도시, 대도시, 슬럼가를 배회하는 유령이 된다.

   

 

8억명의 가난한 인도인들은 하루 20루피 (약 300~400원)로 하루를 살아간다. 반면 인도에서 가장 부유한 무케시 암바니는 헬리콥터 이륙장 세 곳, 엘리베이터 9대, 공중정원 ,600명의 하인이 거주하는 27층 건물에 산다. 지난 20년간 인도의 경제가 낳은 부의 편중이다.

 

 

인도의 자본은 세계 여러 나라로 손을 뻗는다. 구자라트 지역에 거대한 댐을 건설시키기 위해 국제적 기업들은 4500억 달러를 투자한다. 2014년 당시 개인소유의 댐 168곳이 건설중이었다. 저자는  미국의 기업 출연 재단들의 행태도 고발한다. 록펠러와 포드 재단은 인도의 관료들의 최대 자금줄이다. 제 3세계에 미국식 자본경제를 전파하고 엘리트 클럽과 싱크탱크들을 움직인다. 인도의 중산층 이상 자녀들이 미국에서 그들의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는 일은 흔하다.

    

 

2033년도에 세계 경제대국 3위까지 넘보는 인도의 질주는 계속될까. 저자는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했다고 말한다. 인도의 성장률이 6.9퍼센트로 추락하고 있고 해외 투자자들 역시 빠져나가고 있다. 아룬다티 로이는 자본주의를 갈아엎을 때라 선포한다. 

"기업의 교차 소유를 금지하라, 천연자원, 물, 전력, 건강, 교육 같은 필수사회기반을 국유화해라, 부자의 자녀들에게 부 승계를 금지하라."

 

 

자본에 착취 당한 이들의 실상을 기록한 로이의 글은 치밀하고 통렬하다. 불평등의 민낯과 카슈미르 분쟁지역에서 고통받는 인도인들의 현실은 자본주의 국가에 사는 우리에게, "개선할 수 있는 일" 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아룬다티 로이가 현 자본주의 세상을 향해 쓴 르포의 주제는 방대하다. 핵무기 실험, 카스트 제도, 정부 부패문제, <작은 것들의 신>과 관련된 영화이야기 등. 천 페이지에 가까운 그녀의 논픽션 또한 조만간 번역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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