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은 삶처럼 소박하다. 산속의 돌이나 물가의 비탈, 먼지 날리는 도로, 미시시피강의 범람하는 홍수, 저녁 식탁과 술 중개상의 위스키 같고 활짝 열려 땀을 내보내는 모공이나 담뱃재 묻은 입술 비슷하다.그의 작품에는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은 것 등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다시 말해 향수도 없고 군더더기 화장이나 치장도 없이 맨발로 어슬렁거리는 듯하다.p.29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서술에서 응시를 통해 영혼과 사물의 거리를 단축시킨다면, 카프카는 절단으로 그 거리를 넓힌다. 야스나리가 육체의 미궁이라면, 카프카는 심리의 지옥이며,야스나리가 만개한 양귀비처럼 혼곤한 잠으로 이끈다면 카프카는 혈관에 헤로인을 투입한 듯 강렬한 흥분을 일으킨다. p.41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몽 같은 서술은 근접 촬영과 확대로 구성된 듯하다. 그는 사소한 부분 하나도 놓치지 않으며 불가사의한 둔탁함으로 그것들을 압박한다. 수건의 수분을 모두 쥐어짠 것으로도 모자라 수건 자체를 찢어버릴 기세이다. 도스토예프스키처럼 서술의 클라이맥스를 6백 페이지가 넘는 책 곳곳에 넣고 거의 모든 줄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작가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그의 서술에는 경중이나 농담 濃淡을 구분할 수 없다.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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