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택시 운전사, 신문기자, 진보 신당 대표였던 홍세화. 그는 현재 장발장 은행장이다. 이 은행은 국가로부터 벌금형을 받은 사람들 중, 벌금을 내지 못한 이들에게 벌금액을 빌려준다. 대출 신청자가 줄어들어 하루 빨리 은행문을 닫길 바라며, 홍세화는 <결:거칢에 대하여>에서 한 나라의 인권 현실을 보여주는 사회계층인 재소자들과 이주 노동자들의 실태를 살핀다. 나아가 우리는 타자를 얼마나 존중하며 살아가는지 질문한다.

 

 

 

글쓰기와 토론 시간이 없이 정해진 답만 외우는 주입식 교육. 우리는 ‘나’를 발견할 기회가 없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 대신 “크면 다 알아, 몰라도 돼.”라며 정답을 회피하는 경우가 흔하다. 저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존재로 존중받지 못했기에 주체적인 자아로 성장하기 어렵고 남의 입장에서 역지사지를 해보는 기회를 가지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나'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바로 타자와의 연결이 필요하다. 그래서 타자의 고통과 불행에 공감능력을 키우고 그들의 고통과 불행을 줄일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 출발점으로 저자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회의하는 사람"이 되기를 주문한다. "완성된 개인"으로 정체되어 있지말고 끊임없이 배우고 남에게 설득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2017년 한국의 인구 대비 난민 수용률은 세계139위였다. 난민 인정 비율은 1.51퍼센트로 세계에서 꼴찌에 가깝다. 난민 수용에 적극적인 독일과 캐나다와는 달리, 최근 우리 정부의 난민 자격 심사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순혈주의”가 난민정책의 배타성을 더욱 높여준다고 지적하며, 문화 다양성에 문을 열때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 벌금을 내지 못해 교도소에서 강제 노역을 하는 사람의 수는 일 년에 4만 8,000명에 이른다. 장발장은행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2015년, 벌금형에 집행유예가 도입되고 벌금을 카드로 분할 납부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앞으로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처럼 재산과 소득에 따라 차등을 두어 부과하는 일수벌금제를 시행하고, 벌금을 내지 못한 경우 교도소가 아닌 사회에서 봉사할 수 있는 법률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주입식 교육의 문제점, 회의하지 않는 우리, 이민자들에 대한 포용성 부족 등. 저자는  현 한국의 노동, 교육, 인권에 관한 실상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보편복지 확충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연대, 올바른 정치 참여를 제시한다. 저자가 재소자들에게 인문학 강의를 하고 시민들과 장발장은행을 만드는 과정은 연대를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준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 책에서 저자는 새로운 관점으로 사회비평을 하기보다, 이전 작품에서 다룬 주제 의식(학교교육, 자기성찰, 연대 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의 독자라면 이번 책은 다소 진부하게 읽힐 수도 있겠다.

 

 

 

 

 

 

 

 

 

 

    

 

    

자유인으로 남기 위해서는 세속 사회에서 패배자가 되어야 한다. 인간사에서 반지배주의자(아나키스트)는 자유인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은 숙명처럼 패배자의 길을 걸었다. - P16

1, 5, 13, 37은 이 땅에서 죽는 사람들의 하루 평균 수들이다. 1은 오늘 한국에서 타살되어 죽는 사람의 하루 평균 수,5는 산업재해로 죽는 노동자의 수, 13은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의 수,37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동시대인의 수다. - P130

한국 사회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전인적 인간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불안 때문에 경제적 존재로만 머물게 한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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