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과서 작품읽기 중1 소설」을 읽고
ㅇ 엮은이 : 류대성, 신병준, 최은영
단편을 읽는다는 것은 늘 즐거움을 준다. 너무 길지 않아 무언가 해냈다는 뿌듯함을 주고, 지루함을 갖게 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독서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고쳐주는 역할을 단편소설들은 해낸다.
이 책은 아이들이 읽고 꽂아둔 책으로, 집의 모든 책을 다 읽어내려는 내 목표를 실천하며 우선적으로 아이들의 책을 읽겠다는 결심에서 잡게 된 책이다. 아이들이 어떤 책에서 재미를 느꼈고, 어떤 책에서 감동을 받았을까 공감하려는 나의 노력 중 하나다. 책 안에는 모두 12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현덕의 ‘나비를 잡는 아버지’, 이현주의 ‘육촌 형’, 오승희의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 오정희의 ‘소음공해’, 김유정의 ‘동백꽃’, 전성태의 ‘소를 줍다’, 성석제의 ‘약발할매’, 정호승의 ‘항아리’, 하근찬의 ‘수난이대’, 황순원의 ‘학’, 윤흥길의 ‘기억속의 들꽃’과 권정생의 ‘진구네가 겪었던 그해 여름 이야기’ 이렇게 12편이다. 이 12편 중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와 ‘소음공해’, 그리고 ‘진구네가 겪었던 그해 여름 이야기’는 현대의 우리 이야기다. 시골에서 평생을 산 노인들이 도시로 와서 적응하지 못하고 문화적 갈등을 겪는 이야기가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에서 표현되고 있다. 효심과 노인들의 삶의 질이 충돌하는 사건들이 실제 우리 사회에서 연출되고 있음을 알기에 이 소설은 훨씬 가슴 깊이 파고 든다. 결국 할머니는 고향으로 가서 생기를 찾고 삶을 가치있게 살아간다. ‘진구네가 겪었던 그해 여름 이야기’는 현대의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가와 사회가 국익과 공익의 이름으로 서민들에게 자행했던 폭력을 그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약하디 약한 밑바다 인생은 미래를 현재와 거래하려고 한다. 결국 그런 결말을 표현하지 않았어도 예측하게 한다. ‘소음공해’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선입견에 사로 잡혀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소음의 원인을 알아볼 생각을 하지도 않고, 이미 알고 있는 보편 타당한 정보로 모든 것을 판단하다. 그런데 그 판단이 완전히 빗나갔을 때 찾아오는 당황스러움, 뉘우치는 그 순간이 이미 너무 늦은 때임을 알았을 때의 참담함이 그려져 있다. ‘기억속의 들꽃’은 전쟁 그 자체의 폭력성이나 갈등을 보여주지 않고, 그런 환경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내명을 그려내고 있다. 전쟁고아가 가진 재산을 갈취하려는 인간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인도주의의 가면을 쓰고 있는 그 못된 심성을 나내 보여준다. 자식까지 내세워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모슴은 인간의 잔인함을 그려내고 있다. ‘동백꽃’은 풋풋한 사랑을 닭싸움을 매개로 해서 표현한다. ‘육촌 형’은 얼마 전 드라마에서 들은 명대사 “결국은 가족이다”라는 말을 떠올려주고, ‘소를 줍다’는 가난 속에서도 따뜻한 정을 느끼게 했다. ‘학’은 전쟁도 사람이 지닌 우정, 향수, 추억을 모두 파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짧지만 수십 년 한국인의 삶의 자취를 따라 걷게 해준 책이다. 책에서 세 개의 주제를 정해 분류를 했는데, 이것은 오히려 좀 더 자유로운 사색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그렇지만 이렇게 각기 다른 작사를 엮인 책에서 만나는 것은 행복 그 자체였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글들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의 단초를 찾았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