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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 - 내 안의 잠재력을 깨우는 자기 발견의 심리학
일레인 아론 지음, 노혜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2월
평점 :
어릴 때 나는 이른바 <숫기 없는> 아이였다. 아이들 무리에 쉽게 섞여들지 못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겼으며 독서를 통해 자연과 우주에 대한 사색을 이어갔다. 통증이나 빛, 소음 같은 감각적 자극을 피해 한갓진 장소에 들앉아 가만가만 놀던 그런 아이였다. 사춘기를 지나고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성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흔히 <숫기없음> <내성적> <예민함> <까칠함>으로 간주되는 이런 기질, 즉 <민감성 敏感性 sensitivity>에 대해 심리학계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미국의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Elaine N.Aron은 이 책에서 <민감성>은 단순한 성격적 결함이 아닌 뚜렷한 성향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매우 민감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실제로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과는 분명히 다른 특별한 집단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민감한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그 이유는 아마 민감성의 원인이 서로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들마다 민감한 ‘취향’이 서로 다르고, 경험이나 의식적 선택에 의해 민감성이 증가하거나 감소할 수 있다. (75쪽)
그 자신도 민감성 기질이라고 주장하는 일레인 아론은 모든 사람이 민감성을 지니고 있으며, 열 명 중 두 명 꼴로 < 매우 민감한 성향 >의 소유자가 있다고 밝힌다.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은 <매우 민감한 성향>의 소유자들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민감성의 다양한 양상을 소개하고 민감 성향이거나 민감 성향의 사람들을 상대하는 사람들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을 곁들이고 있ㄷ.
불안정 애착 유형의 사람들은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일부러 사랑을 피하기도 한다. 아니면 시간 낭비에 불과한 것처럼 생각하고, 사랑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무심한 척해도 언젠가는 다시 사랑을 원하게 된다. 애착을 감수할 정도로 안전하게 보이는 대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아니면 누군가에게서 과거에 잠깐 위안을 받았던 사람을 기억나게 하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242~243쪽)
일레인 아론은 오 년 간의 연구를 통해 얻은 폭넓은 사례들과 개인적 경험을 통해 민감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관심을 보여준다. 심리학, 생물학, 사회학 등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파헤쳐지는 <민감성>은 인간 내면세계의 복잡하고 섬세한 매커니즘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간 오해받고 소외당했던 민감성 기질의 소유자들에게 실제적인 조언과 위로를 건네고 있다. 개인의 민감성 정도를 체크할 수 있는 검사지는 물론 긍정적인 심리 훈련법 등을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은 복잡한 이론이나 늘어놓으면서 뜬구름 잡는 책들에 비해 실용적이고 고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