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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힘 - 지금껏 우리가 놓쳐온 색깔 속에 감춰진 성공 코드
김정해 지음 / 토네이도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원색에 흰색이나 회색을 섞어 비교적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색들이 요즘 트렌드인 것 같다.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벌써 유행하는 색의 의상이나 소품 몇 가지는 마련했을 것이다. 유행색을 모르겠다는 사람은 번화가에 나가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옷가게 화장품 가게에 진열된 상품이나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의상과 소품을 보면 어느 정도 트렌드를 포착할 수 있다. 어쩌면 계획에 없던 옷이나 소품을 구입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마음에 들어서 구입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유행에 뒤처지면 안 될 것 같아서 무턱대고 샀다가 집에 돌아와 후회해 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내가 미쳤지, 이런 색을... 거울 앞에 서서 딱한 심정으로 속말을 중얼거려본 경험이. 그런 경험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의식적으로 색을 제한해서 사용하게 된다. 그냥 편하고 무난한 색, 자기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색만을 고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색이 나에게 어울리는 색일까. 나에게 어울리는 색은 내 몸과 마음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걸까. <색깔의 힘>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다채로운 답을 마련해 놓고 있다.
원하는 색을 자주 입고 자주 보는 별 것 아닌 일이 자존감을 높이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힘이 된다. 감정을 읽어주고 마음껏 표현하다 보면 자기 조절 능력도 커진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누군가 내 감정을 알아주면 상한 마음이 금방 풀린다. (207쪽)
색채 심리와 색채 치료를 연구한 저자가 책에서 강조하는 것이 있다. 나에게 어울리는 색보다는 나에게 꼭 필요한 색을 찾아서 활용하라는 것이다. 나에게 필요한 색이라니. 색에 무감각한 많은 사람들이 뻥해져 물어올 것이다. 색채 치료에서는 자기 기질에 맞는 색을 잘 활용하기만 해도 신체적 정서적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나에게 필요한 색은 곧 자기 기질과 맞는 색을 가리킨다. 그러면 우선 내 기질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의 3장을 보면 궁금증이 풀린다. 색깔별 기질의 특성과 조언을 덧붙이고 있다. 자기 기질을 찾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자기의식이 희미한 사람에게는 자기 기질을 찾는 일부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에는 그 흔한 자가진단 질문지 같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난색을 표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자기 기질을 알려면 다양한 색을 경험하라고 조언한다. 색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개인적 경험 때문에 평소 멀리했던 색, 낯설고 어색한 색이라도 내 기질과는 잘 맞는 색 혹은 내 기질을 보완해 주는 색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색에 대한 기억이 부정적이면 컬러 테라피가 성공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어릴 때 큰 홍수를 겪었다면 물을 상징하는 파란색은 그것이 지닌 보편적인 느낌과 상관없이 전혀 평화롭지 않은 색깔이 된다. 이런 경우에는 파란색을 매우 신중하게 활용해야 한다. 아픈 기억과 충돌하지 않게 돌려서 자극하거나 아예 배제해야 한다. (137쪽)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있다. 컬러 테라피에 적용해 보면 이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자기 기질에 맞는 색을 적절히 활용할 때 얻는 심리적 안정감에 빗대어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파란색 기질인 사람이 파란색에서 빨간색 기질인 사람이 빨간색에서 에너지를 얻고 위로를 받는 경우 말이다. 반면에 컬러 테라피가 색의 명도나 채도 대비를 활용해 다양한 색감이 주는 미묘한 영향을 활용하는 분야라는 점에서라면 초록은 동색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실제로도 초록은 동색이 아니다. 같은 초본 식물이라도 잔디의 녹색과 클로버의 녹색은 명도나 채도가 다르다. 섬잣나무 이파리의 녹색과 버드나무 이파리의 녹색 아까시나무와 단풍나무 이파리의 녹색이 각각 미묘하게 다르다. 같은 계열의 색이라도 채도나 명도 일조량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간 얼마나 색에 무감하게 살았는가를 깨달았다. 흑백티비를 보다 컬러티비를 처음 봤을 때만큼이나 경이감을 느꼈다. 과장이 아니다. 평소 나를 둘러싼 환경, 벽지, 커튼, 침구, 책상 주변 소품, 옷장을 채우고 있는 색들. 자주 다니는 산책길에서도 내 눈은 가늘어졌다 커지는가 하면 마치 생애 처음 보는 색인 양 오래 바라보는 일이 많아졌다. 색을 의식하고 감각하고 호흡하게 되었다. 색깔 위주로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면서 나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에도 더 잘 집중할 수 있었다. 컬러 테라피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 많은 돈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진정한 컬러 테라피는 우리를 둘러싼 다채로운 세상에서 시작된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