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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나의 집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6
조 놀스 지음, 최제니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열두 살 소녀 펀의 눈에 비친 가족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레스토랑 홍보에 열성인 아버지는 가족의 불만에도 아랑곳없이 온 가족을 동원해 홍보 활동을 계속한다. 엄마는 레스토랑 구석에 자리한 사무실에서 명상 도구들을 늘어놓고 명상에 몰두하면서 모든 현실과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 어느 때보다도 펀에게는 엄마의 애정이 필요하지만 엄마의 애정은 막냇동생 찰리에게 돌아선 것만 같다. 대학 입학에 실패하고 레스토랑 사업을 돕고 있는 언니 역시 마음이 붕 떠 있다. 그나마 정서적 교감을 나누던 홀든 오빠마저 자기 고민에 빠져 벽을 치고 있다. 엄마의 관심과 애정을 앗아간 원흉인 찰리의 엄마 노릇까지 대신해야 하는 펀의 외로움과 불만에 극에 달해 있을 때 불의의 사고로 찰리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나는 오빠가 사실을 얘기해주기를 기다렸지만, 오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팔로 무릎을 안은 채 쭈그리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만일 언니의 말이 사실이라면, 게이가 되는 게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스스로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을 때, 그리고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미움을 받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본문 중에서)
찰리의 죽음은 펀에게도 다른 가족에게도 큰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가족의 구멍을 메우던 찰리의 빈자리는 애써 외면해 왔던 가족 간의 갈등과 상처를 드러내고, 마음 속 감춰 두었던 불만과 상처를 풀어내면서 펀의 가족은 서로의 맨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찰리가 전해주는 그 행복은 언제나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었는데, 나는 그걸 회피하느라 찰리의 인생을 허비했다. 언제나 행복한 찰리가 질투가 나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난 왜 그렇게 불행하게 살았던 걸까?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진짜 불행이 무엇인지 안다. 그래서 나는 아빠가 절대로 오빠의 행복한 밤을 망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리고 내 하룻밤의 행복도. (본문 중에서)
뜻밖의 사고로 가족원을 잃은 한 가족이 공통의 슬픔 속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나가는 과정을 열두 살 소녀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이 소설은 전형적인 성장 서사의 흐름을 따른다. 무겁고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열두 살 소녀 특유의 생기 있는 목소리가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막냇동생 찰리에 대한 시기심이 자책감으로 그리움에서 자기 성찰로 이어지는 과정은 그 시기를 지나온 많은 이들의 공감과 연민을 끌어내기에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