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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 필사, 나를 물들이는 텍스트와의 만남
장석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일반인을 위한 글쓰기 비법서에 이어 필사를 위한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개인의 자기 표현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문장 강화 훈련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마음 수련을 위해 필사를 택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책 속의 문장을 백지에 옮겨 적는 순간의 몰입감
때문일 것이다. 단어 하나에서부터 문장부호, 행간에 흐르는 미묘한 리듬까지 놓치지 않고 새겨 읽기 위해 필사를 해볼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필사를 하려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다. 일상적으로 필사를 해 온 사람들과 달리 이제 막 필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필사할 책을 고르는 일부터가 녹록찮게 여겨질 것이다.
무턱대고 남들 다 한다는 필사의 고전서를 택했다가 제풀에 지치는 경우도 많다. 단순하게 다른 사람의 문장을 베껴 쓰는 것이 필사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베껴 쓰는 행위에서 한 발 나아가 자기만의 문장과 호흡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사의 매력
아닐까. 자기만의 문장을 찾기 전까지는 다양한 문장들을
자유자재로 놀려보는 것도 내 경험상으로는 좋은 것 같다. 문장을 반드시 그대로 옮겨 적지 않아도 좋다. 낱말 하나, 문장 부호 따위를 보태거나
바꾸면서 나만의 문장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경직된 마음이야말로 글쓰기의 가장 큰 걸림돌이니까 말이다.

지금 소개하는 책이 내게는 두 번째 필사책이다. 첫 번째 필사책은 우리 소설 작품 전체를 필사하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딱히 필사책이 아니더라도 소설책과 노트 한 권만 있으면 필사가 가능한 방식이었다. 지금 소개하는 필사책은 그보다 부담이 적고
어떤 면에서 효율적이다. 책 읽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노트에 옮겨 적고 멋대로 고쳐 써 보는, 필사를 낙서처럼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마침맞은 구성 같다. 국내외 문학 작품은 물론 다양한 인문서에서 발췌한 다채로운 문장들은 자기만의 문장을 찾아가는 필사 초보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장석주 시인은 각 문장들을
주제별로 묶어놓고 있다. 어떤 문장은 감각을 일깨우고 어떤 문장은 감정을 다스려준다. 책에 실린 문장들을 옮겨 적다 보면 필사는 <읽기의 연장>이라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잘 쓰려면 우선 잘 읽어야 하니까. 다른 사람의 문장을 한 자 한 자
마음으로 좇아 가다 보면 멀고 깊고 캄캄한 저 내부에서 무언가 깨어나고 조금씩 선명해진다. 생활이나 생각이나 감정이나 무엇 하나 흐릿하고 모호할
때, 좀 더 잘 읽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토록 멋진 문장이라면> 하나의 좋은 <연장>이 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