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필사노트 : 메밀꽃 필 무렵 / 날개 / 봄봄 필사하며 읽는 한국현대문학 시리즈 1
이효석.이상.김유정 지음 / 새봄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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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세르Michel Serres는 소셜 미디어 세대를 '신인류'라고 지칭하면서, 지시과 정보가 네트워크에 집중되는 방식이 인간의 의식과 사고방식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누구라도 손쉽게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체계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면서 지식의 권위도 무력화시켰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누구라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소셜 미디어 체계에서는 일반인들도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숨죽이고 있던 일반 대중들이 하나 둘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SNS가 활성화되고 결과적으로 말과 글이 넘쳐나게 되었다. 이 많은 비평가, 웅변가, 작가들은 어디서 쏟아져 나온 것인지.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쏟아지는 말글의 홍수에 파묻히지 않으려면 나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절실해졌다. 자기표현능력을 기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일반인을 위한 글쓰기 비법서나 강의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글쓰기 훈련의 기본은 필사筆寫일 것이다. 어린 아이가 부모의 것을 흉내내면서 말을 배우듯이, 좋은 문장을 베껴쓰면서 자연스럽게 문장의 기본 구조를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필사에 특별한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개인이 선호하는 좋은 책이나 문장을 베껴쓰면 된다. 문장을 옮겨 적으면서 소리내 읽어보거나 하나의 문장을 여러 번 써 보는 것도 좋다. 필기구도 편한 대로 선택하면 된다. 그래도 선뜻 엄두가 안 난다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소개하겠다. 새봄출판사에서 선보이는 '필사하며 읽는 한국현대문학 시리즈 01권(이 책을 기점으로 필사하기에 좋은 훌륭한 우리 문학을 고루 소개할 예정이라고 한다)'이다.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동시에 필사도 가능한 책(이면서 노트)이다. 이 책에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이상의 <날개>, 김유정의 <봄봄>이 실렸다. 각각의 작품은 필사노트와 원문으로 구성했다. 필사노트를 살펴보자. 


        


     문단마다 번호를 매겨 나누고 각 문단마다 한 면의 공백을 두었다. 문단을 공백에 옮겨 적으면 된다. 따로 밑줄이 없어서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글자 크기 조절에 실패하면 문단을 모두 옮겨 적기도 전에 공백이 남지 않게 된다. 자신 없는 사람은 처음부터 밑줄을 그어두고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옛말이나 난해한 어휘는 노트 하단에 작게 설명을 달고 있다. 작가와 작품 소개, 필사를 위한 몇 가지 조언도 덧붙이고 있다. 


     어떤 작품을 고를지, 어디서부터 어떤 방식으로 시작할지 막막한 필사 초보자에게 마침맞은 책이다. 보다 효율적인 필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 독서대나 노트를 따로 준비할 필요 없이 책을 읽으면서 곧장 옮겨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엔 손수 글씨 쓸 일이 드물어졌다. 컴퓨터 자판 두드리면서 필사하는 사람도 많다. 아끼는 문장을 곱씹어가며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쓰던 정취가 그리운 이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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