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버 스카이
호머 히컴 지음, 송제훈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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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7년 10월 4일, 러시아에서 쏘아올린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대기권을 뚫고 날아올랐다. 두 차례나 위성 발사에 실패했던 미국은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다. 모든 면에서 강대국이라는 착각과 오만에 사로잡혀 있던 미국 정부가 크게 한방 먹은 것이다. 이른바 '스푸트니크 쇼크' 사태는 미국 과학 기술 교육과 우주개발에 큰 힘을 실어준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저기야, 저기! 스푸트니크호다!" 오델은 하늘을 가리키며 껑충껑충 뛰었다. (...) 산등성이 위로 반짝이는 작은 물체 하나가 장엄하게 별들 사이를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하나님이 황금마차를 타고 내 머리 위를 지나갔다고 해도 그 순간만큼 황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그 물체는 어떤 절대적인 목적을 가지고 하늘을 나는 것 같았고 이 넓은 우주에 그것을 가로막을 힘은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본문 중에서)

 

 

   1957년 10월 5일,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의 탄광 마을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소년들이 있었다. 그들이 서 있는 캄캄한 땅, 콜우드'에서는 남자아이가 자라면 당연히 광부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러했듯 광부는 자연스러운 운명이었다. 그 밤,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이 지구 궤도를 천천히 지나는 순간, 광부의 미래를 짊어진 소년들의 운명도 궤도를 이탈해 저 먼 우주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달은 이미 변해 있었다. 우리의 마음이 이미 그곳에 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은 우주선을 타고 뾰족한 봉우리들 위를 날아 원초의 시간에 소행성들이 남긴 충돌의 흔적들을 내려다보았다. 그 모든 크레이터와 봉우리들 그리고 고요의 바다가 우리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우리가 언젠가는 달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본문 중에서)

 

 

     미국의 가난하고 보수적인 탄광 마을에서 로켓 제작의 꿈을 실현해 나가는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실제 인물과 사건을 토대로 씌여진 회고록이다. 하지만 사실적인 기억을 나열하는 평면적인 회고록을 떠올리면 안 된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작품은 문학의 범주에 넣어도 손색 없을 정도로 빼어난 소설적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아들이 탄광 엔지니어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와, 아들만은 절대 죽음의 구덩이(갱도) 속으로 처넣지 않겠다는 어머니의 팽팽한 갈등 구조, 로켓 제작을 방해하는 크고 작은 장애물들, 아끼는 이들의 죽음, 형과의 대립, 첫사랑, 첫경험...  가족 ·성장소설의 극적인 구성과 굳세고 아름다운 문장을 연료 삼아 평범한 회고록의 궤도를 멋지게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호머 히컴은 짧은 서문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사건의 정확한 순서나 누가 누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작가로서 약간의 자유를 행사했음을 밝혀둔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엄격한 논픽션과 약간의 거리를 둔 진짜 이유는 실제로 있었던 일을 더욱 분명하게 조명하기 위함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드리마라는 우리 반의 여학생이 수업 중에 불려나갔다. 나는 그 아이를 두 번 다시 보지 못했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작업 중이던 갱도가 무너지면서 날카로운 석편에 목이 잘리고 말았다. (...) 그날 이후 그 사고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회사는 목숨을 잃은 광부의 가족에게 2주 이내로 임대주택에서 퇴거해 줄 것을 요구했다. 회사의 의도는 탄광에서 남편을 잃은 미망인을 콜우드에 남겨두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의 존재는 끔찍한 사고의 기억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되살려줄 것이었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미국 정부가 국가의 존망을 위협받고 우왕좌왕하던 1950년대 후반은 탄광촌 광부들에게도 좋은 시절이 못 되었다. 탄광산업이 쇠락하고 광부들은 졸지에 직장과 집을 잃고 실업자가 되어야 했다. 책에는 당시의 열악한 탄광촌 풍경이 현실감 있게 그려진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작업 환경과 불합리한 대우 속에서도 유머와 희망을 잃지 않는 콜우드 사람들의 모습은 가히 기적적이다. 캄캄한 세월을 살던 소박한 사람들의 꿈이 실린 로켓이 탄가루 날리는 콜우드 상공을 솟구쳐 올랐을 때 그들이 느꼈을 해방감​을 상상하면 뭉클해진다. 밤처럼 어둡고 비좁은 땅 속에서 뜨거운 생을 캐내는 광부들과, 광막한 어둠을 찢고 하늘 높이 솟구쳐오르는 로켓 보이들의 꿈을 지켜보면서, 이런 세월이지만, 나는 희망을 말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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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1 06: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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