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 신화 속에서 건져올리는 삶의 지혜 50가지
송정림 지음 / 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신화 속에 신은 없습니다. 인간의 복잡한 욕망이 있을 뿐입니다. 우선, 전지전능한 신의 존재에서부터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늘과 태양, 불과 바다, 바람의 신. 전쟁과 사랑, 아름다움의 신... 인간적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죠. 그러니까 신화적 관점에서 신은 인간의 모조품인 셈입니다. 신화 속에 그려지는 신들의 모습은 매우 인간적입니다. 그들은 결코 완벽하지 않습니다. 인간적 감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지요. 신화 속에서 크고 작은 운명을 짓고 부수는 힘은 인간성을 초월한 어떤 힘 같은 것이 아닙니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저주를 퍼붓는... 그 힘은 바로 '인간적 감정'입니다. 신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죠. 생각해 봐요. 인간성과는 동떨어진... 인간을 초월한, 인간이 아닌, 완벽한 '그 무엇'이 등장하는 이야기를요.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인간적 한계에 갇힌 인간에 불과하니까요. 혹, 그것이 가능하더라도 누가 그걸 읽겠어요? 우리가 '이야기'를 지어내고 읽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공감'입니다.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든 자기 자신과 조우할 때 우리는 위로받습니다. 인간의 다양한 욕망, 수많은 표정을 묘사하는 신화가 지금까지 널리 읽히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그 중에서도 그리스로마 신화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감정이 얽히고설킨 희비극이라 할 만하죠. 아내의 눈을 피해 별의별 속임수로 사랑을 나누는 제우스,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연민으로 불을 훔치는 프로메테우스, 인간을 사랑한 신 에오스, 아름답지만 질투심 강한 아프로디테 등... 인간적 감정에 휘둘리는 신들의 모습은 매우 인간적입니다. 신화에 등장하는 인간의 운명은 바로 이 인간적인 신들의 감정과 변덕에 좌지우지됩니다. 살랑바람 같은 신들의 의지에 반해 인간의 의지는 매우 굳세게 묘사되는데요. 종종 인간의 굳센 의지가 신들을 감동시켜 운명의 그늘을 벗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화 속에서 신들이 전지전능으로 인간의 운명에 개입한다면, 인간이 그 운명을 극복하는 유일한 힘은 바로 '의지(意志)'입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것이죠.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신화는 자기 안의 수많은 욕망과 싸우는 인간의 일생을 그리고 있는,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저...... 저는 그냥...... 당신의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프시케의 변명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에로스는 날개를 펴고 창밖으로 날아갔다. 놀란 프시케는 허둥지둥 그를 따라가다가 그만 창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에로스는 땅에 쓰러진 프시케를 보고 잠깐 날갯짓을 멈추고는 말했다. "어리석은 프시케여. 사랑과 의심이 어떻게 함께할 수 있겠는가?" (본문 중에서)

 

 

    그리스로마 신화는 신화적 상상력과 매력적인 상징들이 가득합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재해석하는 책들이 넘쳐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책들은 신화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지금 소개하는 이 책은 그리스로마 신화를 중심으로 희망, 사랑, 탐욕, 슬픔, 즐거움... 다섯 개의 주제 안에서 삶의 단상을 풀어내고 있는데요. 앞서 신화의 핵심 부분을 소개하고 약간의 사색을 곁들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책을 써 온 저자의 경력 때문인지 문장도 무난해서 읽기에 큰 불편은 못 느꼈습니다.

 

     오이디푸스에게 장님이 되어 암흑 속에 갇힌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단지 더이상 참혹한 현실을 보고 싶지 않다는 현실도피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에게 주어진 인간의 본질을 똑바로 보기 위한 것이었다. 눈을 감아야 정말로 보이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인간의 본질, 그 물음에 충실하게 임하고 싶었던 것이다. (본문 중에서)

 

 

    그리스로마 신화를 한 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책에 등장하는 이름과 이야기가 크게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아직 읽지 못한 사람이라도 무성한 소문처럼 떠도는 신화의 위력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신화는 우리 삶 곳곳에 녹아 있으니까요. 다양한 예술작품에서는 물론 일상에서도 쉽게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박카스, 오리온, 나이키, 헤라, 헤르메스... 누구나 한 번 들으면 알 만한, 신화 속 등장인물에서 따 온 상품명들이지요. 그리스로마 신화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도 신화가 숨겨놓은 다양한 삶의 상징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권해드리고 싶어요. 제가 맨 처음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은 것이 중학생 때였는데요. 하아. 그땐 이보다 더 지루한 이야기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 아니 확신을 했습니다. 공감할 수 없었고, 그래서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삶의 경험이 부족했던 탓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그때의 저와 같지 않을까... 하는데요. 길고 복잡한 이야기를 핵심만 짧게 간추리고 있어서 내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두꺼운 그리스로마 신화를 선뜻 펼치기 부담스러운 사람들, 읽던 도중 포기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부담이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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