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마이클 거리언 지음, 안미경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존 그레이가 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근본적으로 다른 남녀의 사고방식과 소통법을 다루고 있죠. 쉽고 인상적인 비유와 실사례들을 통해 남녀의 차이점을 풀어쓰고 있어서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는 것 같은데요. 지금 소개하는 이 책은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의 뇌구조 해부도 정도 되겠네요. 우리 뇌의 신경전달물질, 즉 호르몬 작용에서 남녀의 차이점을 짚어내고 있거든요.

 

      비록 인간의 뇌가 성장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변형되고 환경에 큰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뇌의 남성성과 여성성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융통성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남자와 여자는 일생을 통해 새로운 신경기능을 익히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기본적인 인격구조가 일생을 통해 크게 바뀌지 않듯이 인간의 뇌도 완전히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본문 중에서)


    기본적으로 같은 호르몬을 공유하는 남성과 여성의 특징을 구별짓는 것이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분비량인데요. 생물학자들은 남자의 뇌와 여자 뇌 사이에도 상당한 너비의 스펙트럼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호르몬 분비량에 따라 정형적인 남자 뇌(또는 여자 뇌)의 한계 안에서도 그 행동 범위는 다양하다는 것이죠. 이를 테면 남자에게서도 여자의 특성이 나타날 수 있고 여자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남자의 특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예외적인 뇌를 '브리지 브레인(bridge brains)'이라고 부르는데요. 현대 사회에서 여성들이 선호하는 이상형이 바로 브리지 브레인 남성이라고 합니다. 여자 뇌를 가지고 있는 이 남성들은 정서적인 교감, 즉 대화하기를 즐기고 집안에 있기를 좋아하는 등 매우 가정적인 성향을 띠기 때문이죠. 그러나 일반적인 남자들은 여자들의 욕구와는 정반대의 기질을 보입니다.

 

     감정에 관해서라면 남자의 뇌는 여자와 다르게 반응할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여자의 뇌와 반대현상이 일어난다. 여자를 가장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남자를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남자와 여자 사이를 벌어지게 만드는 대표적인 문제가 의사소통이죠. 감정적인 대화를 통해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기를 원하는 여자의 욕구가 남자에게는 큰  스트레스가 되는데요. 책에 의하면 이는 남자와 여자의 뇌 화학물질의 차이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남자 뇌를 지배적으로 구성하는 테스토스테론과 바소프레신은 공격성과 독립성을 증가시키는 반면에 여자는 테스토스테론과 바소프레신의 양이 적고 충동억제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공감 호르몬인 옥시토신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남성성과 여성성의 핵심이 되는 이 호르몬들은 남녀 사이에서 빚어지는 수많은 오해와 갈등을 해결하는 좋은 열쇠가 됩니다. 옥시토신의 작용에 의한 여자의 친밀감의 욕구와 테스토스테론에 의한 남자의 독립성의 욕구를 잘 조화시킨다면 원만한 남녀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인데요. 신경생리학적인 용어로 친밀-분리 이론이라고 합니다. 이 책을 이끄는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가족문제 상담치료사인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친밀-분리 이론이 어떻게 남녀관계를 변화시키는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는 같은 남자다. 하지만 그의 뇌는 몇 년 사이에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 거기에 적응하며 살고 있다. 동시에 그녀도 예전에 남자가 사랑했던 여자와 같은 여자이지만 뇌는 시간의 변화에 새롭게 적응했다. 그녀는 아마도 예전만큼 섹스를 나누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남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옷을 차려입지도 않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결혼생활에서 오는 서로에 대한 실망감과 환멸은 뇌 화학적으로 볼 때 당연한 결과입니다. '사랑의 콩깎지'를 가능케 해준 페로몬의 분비량이 감소하면서 남녀의 뇌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대부분의 남녀는 이 뇌화학적인 변화를 모르고 결혼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많은 부부들이 오해와 상처의 굴레 안에서 멀어집니다. 이런 것이 결혼인가 보다, 때이른 체념 속에 살아가는 불행한 부부들에게 이 책은 명쾌한 해답을 던져줍니다. 서로의 근본적인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것. 말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 다가갈 때와 기다릴 때를 아는 것. 이것이 친밀-분리 이론이 제시하는 답입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 다른 모든 일은 그것을 위한 준비일 뿐이다. -릴케


     남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책의 제목이 된 이 문장은 저자의 아내와 그 친구들에게서 받은 질문이라고 하는데요.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풀어내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남성성의 핵심, 그러니까 남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야기하는 이 책이 일깨우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역설적이게도,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고 착각하거나 알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남녀 갈등이 싹튼다는 것입니다. 대화는 매우 중요하지만 때때로 묵묵히 기다릴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것이죠. 남성성의 핵심을 탐색하는 작업에서 여성성에 대한 이해는 필연적인데요. 뇌화학적인 측면에서 남성성의 핵심을 풀어내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여성성에 대한 이해로도 이어집니다. 남녀 모두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어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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