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의 심리학 - 당신의 감정, 판단, 행동을 지배하는
데이비드 맥레이니 지음, 박인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You are not so smart. 우리 삶의 크고 작은 결정과 판단, 행동을 좌우하는 것이 다름 아닌 '착각'이라고 주장하는 이 책의 원제입니다. 삶의 결정권이 온전히 자신에게 있다고 믿으며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인정할 수 있는 문장은 아닐 텐데요. 이같은 자존감마저도 자기기만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면요? 

 

      1990년대, 실패와 성공이라는 문제에 관한 한 사람들이 얼마나 착각에 빠져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연구 결과 사람들은 성공할 때는 칭찬을 받아들이지만 실패할 때는 불운, 불공정한 규칙, 까다로운 교사, 못된 상사, 사기꾼 등을 탓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을 잘하고 있을 때는 자신에게 비난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이 잘 돌아가지 않을 때는 세상이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문 중에서)

 

 

     기본적으로 낮은 인간의 자존감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문제들, 열등감, 자학 등과 같은 수많은 자기혐오 노이로제는 심리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자존감 형성을 돕는 다양한 심리학적 시스템도 속속 등장하고 있고요. 그런데 지난 50여 년 동안 이루어진 연구 결과는 전혀 상반된 진실을 드러내 보여줍니다. 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스스로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인데요. 심리학 용어로 자기 위주 편향(self-serving bias)이라 부릅니다. 자기 위주 편향은 우리가 생각보다 똑똑하지도 착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자주 망각하고 있음을 일깨웁니다. 스스로를 실제 이상 잘났다고 인식하는 자기기만은 우리 자존감을 유지해주고 삶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주지만, 우리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해악 역시 피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똑똑하다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우리 기분 따위 아랑곳없이 이 책은 우리 삶 곳곳에 뿌리 박힌 착각의 메커니즘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지금 볼 영화와 나중에 볼 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막대사탕과 당근의 대결과 같은 것이다. 계획을 세울 때는 착한 천사가 영양가 있는 음식을 가리키지만 막상 그 순간이 되면 맛이 좋은 음식을 선택한다. 이러한 경향을 현재 편향(present bias)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쉽게 말해 지금 원하는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바뀐다는 점과 지금 원하는 것이 나중에 원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주제에 따라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인지적 편견', '발견적 학습', '논리적 오류'에서 출발하는 서른아홉 가지 착각 기제들을 실제 사례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여행을 가서 사진만 찍어대고, 거대한 재앙을 앞에 두고도 태연한 사람들의 태도. 당장 읽지도 않을 책들을 쌓아두는 심리 등.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상식과 관습을 보기좋게 뒤엎고 있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원제(You are not so smart)를 대할 때 들었던 반발심이 공감으로 전환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래, 나는 생각만큼 똑똑하지 않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지요.

 

      기억은 너무나 쉽게 오염되고 어떤 생각이 몇 번만 되풀이되어도 인생 전체가 다시 쓰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점은 기억이 바뀔수록 바뀐 기억에 대한 당신의 확신은 점점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친구, 가족 그리고 온갖 미디어가 당신의 생각과 감정에 가차 없이 쏟아붓는 공격을 고려할 때, 당신의 기억 중에서 정확한 것은 얼마나 되는가? (...) 오정보 효과를 고려한다는 것은 목격자의 증언과 자신의 과거를 늘 의심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누군가 확실하다고 말했던 이야기가 나중에 알고 보니 재미있으라고 덧붙인 이야기이거나 심지어 전혀 사실이 아닌 이야기였을 때 조금 더 관대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본문 중에서)

 

 

     감정과 판단, 행동에 숨은 오류를 집어내는 착각 기제들은 우리 인간의 불완전함을 일깨웁니다. 우리의 생존 전략이 때때로 우리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일러주지요.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나면 보다 관대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의 중요한 가치는 여기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책에서 제시하는 착각 기제들을 잘 활용하면 우리는 보다 관대하고 똑똑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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