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드로잉 노트 이지 드로잉 노트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드로잉의 기본을 단계적으로 집어주는 이 책은 선 긋기로 시작합니다. 일종의 워밍업 단계라 할 수 있죠. 일정한 길이와 굵기를 유지하며 반듯하게. 연하거나 진하거나 구불거리는 선들과 삼각형 사각형, 동그라미를 반복적으로 그리는 일이 다소 시시하거나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다소 경직되어 있는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도 다음 단계를 소화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나고 보면 알 수 있지요. 사물의 기본 형태와 명암, 구도 등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 선 긋기가 얼마나 중요한가 말이죠. 다양한 방식의 선 긋기는 계속됩니다. 특히 명암을 표현하는 해칭(hatching) 기법은 드로잉 노트에서 비교적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무한 반복되는 선을 긋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이상한 평온함이 찾아옵니다. 시간도 공간도 사라진 공백만이 남는 것이지요. 사락사락. 연필이 내는 소리도 하나의 음악이 되는 순간. 확실히 심리 치유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심리치료 분야 중에는 미술 표현을 통해 치유를 얻어내는 미술치료도 있잖아요. 몰입은 우리 뇌의 활성도를 높여주고 이때 분비되는 각종 신경 전달 물질들이 안정적이고 기분 좋은 심리 상태를 만들어 낸다고 해요. 미술 교육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 역시 드로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명상 효과를 강조하고 있어요. 눈을 감고 음악의 선율에 손의 움직임을 내맡기는 '순수 윤곽 드로잉'이나 "오랫동안 반복되어 손가락과 근육에 기억된" "무의식적이고 리드미컬한 형태로 보이는 선의 흔적"을 따라가는 '스트로크'와 같은 드로잉 기법 등 책에서 연습하는 모든 드로잉의 궁극적 목표가 바로 '프리 브레인(Free Brain)'과 프리 핸드(Free Hand)'라는 것이지요. 가장 단순하고 순수한 음악의 선율을 따라가는 길.

 

    연필을 깎아본 게 얼마만인지요. 엷게 퍼지는 나무향이 좋습니다. 드로잉 노트를 위한 준비물은 간단해

요. 잘 깎은 연필 한 자루.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잘하려고 욕심 부리지 말고요. 선 긋기, 동그라미 그리기, 빗금 채우기 등 시작은 단순하고 다소 유치하지만요. 단계적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절로 감탄이 때로는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 오고야 말아요. 기본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참 어려운 것이구나, 인정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선 긋기부터 기본의 어려움을 실감했고요.

 

 

          드로잉의 70%는 '관찰하기'이고 나머지 30%는 '그리기'이다. (_본문에서)

 

 

 

     그리기의 기본 자세는 '관조(觀照)'겠지요. 자세히 오래 들여다보기. 형태와 명암과 구도 등 모든 드로잉 기법은 사물에 대한 관찰을 요하고 있습니다. 상상력이나 창의력이라고 하는 것도 역시 관찰에서 출발한다고 책에서는 역설하고 있어요. "한 시간만 야생화를 관찰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려 보세요. 바로 보입니다." 관찰만 하고 그리지 않으면 그림이 될 수 없겠죠. 내가 본 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 잘 그리는 것보다 제대로 나답게 표현하자는 것이 <이지 드로잉 노트>의 요지라 할 수 있겠네요. 보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대로 JUST DO I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