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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터스 ㅣ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3월
평점 :
1
공상 과학 소설입니다. 태평양 연안국 전쟁의 여파로 중장년층이 사라진 미국. 예방 백신을 맞고 살아남은 사회적 약자층 - 노인과 미성년자 -의 암울한 생존 형태를 통해 현대인의 위험한 욕망을 꼬집고 있는데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상에 로맨틱한 정서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공상 과학 스릴러와 로맨스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아요. 칙칙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상쇄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공상 과학 장르를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공상 과학적이고 디스토피아적인 정서에 익숙지가 못한데요. 공상 과학적인 이야기를 공상만 하다시피 살아온 저에게 이 소설은 '생각보다' 기묘하거나 암울하지는 않아요. 가독성도 높고요. 솔직히 재미는 모르겠습니다. 긴장감이나 몰입도도 뛰어나지 않은 것 같고. 가독성을 높이는 요소라면 평이한 문장과 빠른 이야기 전개 정도를 꼽을 수 있겠네요.
2
'엔더'라고 불리는 노년층과 미성년층인 '스타터'의 대립 구도를 중심 축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우리에게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 본능이고 어디까지가 탐욕인가. 육체가 바뀌어도 변질되지 않는 절대적이고 영원한 불멸의 자아는 가능한가. 젊고 아름다운 몸을 사고 파는 바디 뱅크 안에서는 다양한 욕망들이 대립하고 충돌합니다. 생존을 위해, 혹은 공짜 성형을 위해 바디 뱅크를 찾는 미성년들과 그들의 청춘을 돈으로 사는(정확히는 갈취입니다) 노인들. 탐욕과 죄악을 오가는 그들의 매춘('인생의 봄'을 사고판다는 의미에서) 행위는 추악하고 위태롭습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워요. 이야기 속 인물들의 폭주하는 욕망은 인간의 한계를 아프게 드러낼 뿐이니까요.
3
공상 과학 소설의 결말 치고는 다소 싱겁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상 과학적인 결말이라면 어느 정도 충격적이고 극단적이어야 한다는 이상한 기대를 했던 모양입니다. 현실감각을 휩쓸어버릴 정도의, 블랙홀 같은. 웬걸요. 이보다 현실적일 수도 없을 것 같아요. 기묘하고 색다른 감동, 그러니까 개인적으로 SF적 감동이라 기대하던 그런 것은 느낄 수 없었고요. 씁쓰름한 뒷맛이 남는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