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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 ㅣ 내 마음의 여행 시리즈 1
이유미 글, 송기엽 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야생화들이 있는 걸 미처 몰랐습니다. 이토록 생기 넘치는 아름다움을 놓치고 살았다는 것에 회한의 감정이 밀려들 정도입니다. 그동안 나는 무엇에 마음을 팔고 있었던가 돌아보게 됩니다.
이 책은 80여 종의 야생화를 싣고 있습니다. 새뜻한 색감을 자랑하는 야생화 사진이 우선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야생화 중에는 더러 눈에 익은 것들도 등장하네요. 흔히 계란꽃이라 불리는 개망초나 여름 날 우리집 화단 가득 피어나는 참나리, 어릴 적 꽃반지 만들던 토끼풀 같은 것들은 아련한 향수에 젖어들기 충분합니다. 이번 여름, 나와 함께 밤을 보낸 달맞이꽃은 개인적으로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야생화들에서 발견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꽃잎의 크기입니다. 많은 야생화들이 자잘한 꽃잎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작고 여린 야생화의 모습은 우리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느리게 걷고 몸을 낮추지 않으면 가치 있는 아름다움을 간과하기 쉽다는 평범한 진실을 일깨우는 것입니다.
작고 수줍은 야생화들을 오래 들여다 보고 있자니 또 다른 특징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색감입니다. 색이 은근한 것이나 강렬한 것이나 붉거나 노랗거나 하얗거나 마음을 끄는 어떤 것이 있습니다. 그 모양이나 색은 쓸쓸하고 지난했던 야생화의 생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 같아서 쉽게 눈을 돌리기 어렵습니다.
사진작가 송기엽 씨와 식물학자 이유미 씨가 엮은 이 한 권의 책에는 야생화의 생태적 특성과 각 꽃에 담긴 사연이나 이름의 유래를 담고 있습니다. 식물의 정보를 딱딱하게 나열한 일반적인 식물도감에 비해 이 책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적당한 감성이 묻어나는 이유미 씨의 문장에서 야생화에 대한 세심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목이 왜 그냥 '야생화 여행'이 아니고 '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인지 알 것 같습니다.
여름이면 가을을 기다리고 겨울이면 봄을 기다렸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것들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아까운 일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겨울에는 나무도 꽃도 다 잠자는 줄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추운 겨울에도 줄기와 꽃을 피워 올리는 야생화가 있다는 사실에, 문득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야생화들의 생태에서는 매 순간 순간이 귀하고 중요합니다. 우리 삶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그 귀하고 중요한 가치를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 책은 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