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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뿐이다 ㅣ 놀 청소년문학 11
마이클 콜먼 지음, 유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집단 생활을 하다 보면 보이든 보이지 않든 편이 갈리게 마련이다. 감정적이거나 생존적인 이유가 바탕이 된다. 특히 청소년들의 집단 따돌림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판단력이 부족한 미성년이라는 데서 그 심각성이 크다. 사회는 그들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가른다. 과연 현명한 처사일까. 우리는 보이는 것 너머를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작품에서 마이클 콜먼은 따돌림 문제에 대해 조금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왜 그랬어?"
"사실 난 한 번도 그 이유를 생각해본 적 없었어. 그래서 좀 전에 네가 물었을 때 한 방 얻어맞은 것 같았지."
그가 한숨을 내쉰다.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무슨 생각?"
"난 네가 부러워."
(168쪽)
대니와 토쉬는 모든 것에서 대립된다. 대니는 우등생이다. 수학적인 사색을 즐기며 늘 혼자 있는 대니는 일명 왕따다. 그는 이름 대신 괴짜라 불린다. 반면 열등생 토쉬는 무리 안에서 안정을 느낀다. 토쉬는 그렉 무리와 함께 대니의 소중한 노트를 뺏으면서 조롱하고 괴롭힌다. 5일 간의 여름방학 캠프는 그런 그들의 관계에 큰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었다. 사건의 중심에는 액셀만 선생이 있다. 체육담당 교사인 액셀만은 대니와 토쉬를 한 팀으로 배정한다. 협동심을 기르는 것이 목적인 이 캠프에서 액셀만은 팀원끼리의 믿음을 강조한다. 서로에 대한 믿음 없이는 함께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액셀만은 자신이 계획한 훈련이 리얼 서바이벌 상황이 될지 예측이나 했을까.
사고는 오리엔티어링 경기 도중 일어난다. 팀별로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주어진 지점을 거쳐 목적지로 돌아오는 훈련이다. 대니와 토쉬는 팀의 주장 그렉이 준 지도를 들고 이동하다 깊은 동굴로 추락한다. 물이 점점 차오르는 컴컴한 동굴 속에서 대니와 토쉬는 처음으로 서로를 바로 보게 된다.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 단둘이 남게 된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설정이 매우 의미심장하다. 작가 자신이 따돌림 피해자였다는 사실도 인상적이다. 그 역시 작품 속 대니처럼 '왜? 왜 나를?'이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져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에게 직접 물을 기회나 용기가 없었을 것이다. 집단 따돌림은 글자 그대로 집단 내에서 벌어진다. 집단에서 이탈한 두 개인이 서로를 마주 본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에 던져진 두 소년의 섬세한 심리변화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뜻깊은 물음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