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목소리
대니얼 고틀립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은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의 평온을 주셨습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행할 용기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알 수 있도록 지혜를 주셨습니다.

 

 ㅡ 「마음의 평온을 구하는 기도」알코올 중독자 갱생회

 

 

 


 


 

 

   가장 가까이에서 비비고 살아가는 가족의 존재감은 크다. 가까운 만큼 기대와 실망, 상처를 주고받는 일도 피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 내 크고 작은 충돌 속에서 마음의 응어리를 키운다. 제대로 풀지 못한 이 응어리는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폭발한다.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전쟁은 끝날 줄 모른다. 되풀이되는 충돌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그동안의 상처를 치유할 방법은 없을까. 《가족의 목소리》는 이 문제에 대한 좋은 실마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책의 저자 대니얼 고틀립은 1985년부터 현재까지 필라델피아 공영 라디오 방송 WHYY에서 <가족의 목소리>라는 심리상담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샘에게 보내는 편지》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이 책에서 다양한 상담 사례를 통해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1979년 불의의 사고로 사지마비가 된 대니얼은 자신의 나약함과 상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상담을 시작했다. 전문적인 용어는 최대한 배제하고 감정의 목소리에 마음을 기울였다. 심리치료사로서가 아니라 상처를 지닌 인간 대 인간의 대화로 치유의 과정을 밟아나간 것이다. 책에는 그 감동적인 과정이 고스란히 그려진다.

 

 



   만으로는 실패를 거듭할 뿐이다. 말은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정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말은 서로의 손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두 사람마저도 결별하게 만든다. 마지막을 예감하고 한자리에 모인 가족이 서로 부둥켜안고 작별을 고할 때에도 말이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다. 내 상담실을 찾은 어른들이 아무리 조리 있게 말하더라도, 여자아이가 "아빠, 가지 마. 제발 날 버리지 마!" 하고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하면 우리는 당황한 나머지 말 한마디 하지 못한다. (본문에서)


  

 

   대니얼은 다양한 사례를 들어 가족 간 불화의 씨앗이 '말()'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먼저 소개한 본문의 내용에서와 같이 때때로 말만으로는 부족하거나 아예 불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와 반대의 경우도 있다. 반드시 말이 필요한 경우에 마음을 닫고 침묵하는 것이다. 결국 표현의 문제이다.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제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이 마음의 응어리를 안고 있는 사례자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였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의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책에 소개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부모나 자식, 배우자에게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상대에 대한 오해나 불신, 분노를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상대의 반응이 두려워 침묵하거나 어긋난 행동으로 관계를 악화시킨다. 끝없는 충돌과 상처,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제대로 알려는 노력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일깨운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욕구와 감정에 항상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상대의 목소리, 그리고 나 자신의 목소리에 마음을 열어두는 것에서 치유는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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