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의 정의사회의 조건 - 정의·도덕·생명윤리·자유주의·민주주의, 그의 모든 철학을 한 권으로 만나다
고바야시 마사야 지음, 홍성민.양혜윤 옮김, 김봉진 감수 / 황금물고기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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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월 EBS에서 방영한 <하버드 특강 - 정의>가 뜻밖의 지적 열풍을 몰고 왔다. 나도 몇 회인가 강의를 시청했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되었는데, 다음 강의에 대한 기대감을 품을 정도로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실례나 가상의 예를 둘러싼 도덕적 딜레마를 열린 대화 속에서 풀어나가는 샌델의 강의방식에는 놀라운 흡인력이 있었다. 하버드 강의는 방송 종영 이후 책으로 출간되었고 꾸준히 읽히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마이클 샌델의 방송 강의는 폭발적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정치철학 분야의 강의가 선풍적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고바야시 교수는 서문에서 하버드 강의의 사회적 열풍 이유를 여덟 가지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세계 명문으로 치는 하버드 대학이라는 지적 브랜드이다. 미국 명문 대학의 학생들이 듣는 강의에 대한 관심이 사람들을 텔레비전 앞에 앉게 했다는 것이다. 가볍고 즉흥적인 예능이나 스포츠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는 현 대중사회 상황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은 깊이 있고 진지한 내용의 강의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을 것이라는 것이 고바야시 교수가 지적하는 두 번째 이유이다. 마이클 샌델이 이끌어가는 소크라테스형 열린 대화나 토의 방식의 강의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철학의 원형을 간접 체험하게 해주는 동시에 몰입감을 준다는 것이 하버드 강의 열풍의 세 번째 이유이다. 극장형의 대강당(샌더스 극장)에서 대규모 학생들과 대화형 강의를 이끌어나가는 샌델의 예술적 강의술, 인상적인 사례나 도덕적 딜레마, 정치철학이라는 장르의 매력, 세계의 시대 상황과의 조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샌델의 정치철학과 동아시아의 문화적 사상과의 공통점을 꼽고 있다. 유교에서 말하는 의와 덕이라는 윤리적인 관념과 선을 지향하는 샌델의 정의론은 윤리적, 정신적 맥락을 같이 하고 있어서 우리나라와 일본 등 동양인이 어렵지 않게 호응할 수 있었다는 것.

 

 

   책의 저자이자 하버드 특강 방송(일본)의 번역 감수와 해설을 맡았던 고바야시 마사야 교수는 방송 이후 요청을 받고 5회에 걸쳐 샌델의 저작에 대한 강의를 했다. 그 강의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정의의 탐구',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 '민주정에 대한 불만', '완벽함에 대한 반론', '공공철학 논집의 통찰' 총 다섯 개의 주제로 구성된 이 책에서 고바야시는 샌델의 저작 ㅡ 정의: 원제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2009),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 원제 Liberalism and the Limits of Justice (1982), 민주정에 대한 불만 - 공공철학을 찾는 미국: 원제 Democracy's Discontent: America in Search of a Public Philosophy(1996), 완벽함에 대한 반론: 원제 The Case against perfection》(2007), 공공철학: 원제 Public Philosophy: Essays on Morality in Politics(2005) ㅡ 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하버드 특강 -정의>와 《정의: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2009)는 제 1장에서 다루고 있다. 마지막 5장에서는 전체 내용을 정리하고 샌델의 사상적 전개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 해석이 제시된다. 마이클 샌델은 이 책에 대해 "나의 정치철학을 완전히, 그리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깊게",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개개인 독자의 몫으로 남겠지만, 이 책이 마이클 샌델의 정치철학의 핵심을 좀 더 수월하게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샌델의 강의만큼이나 고바야시의 해설도 유연하게 이어진다. 해설서가 범하기 쉬운 지나친 요약이나 장황함이 없어 거부감 없는 독서가 가능하다.

 

 

   치철학천적인 의미를 갖는 것으로, 추상적인 공리공론이 아니라

    현실을 바꿔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진 학문

 

 

 

   마이클 샌델의 정치철학과 그의 강의 방식은 학문과 교육의 개혁 가능성을 제시한다. 앞서도 언급했던 샌델의 열린 대화형 강의는 선생과 학생이 모두 참여해 사상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다. 대화를 이어가면서 자신의 사상적 입장이나 오류를 자각하고 스스로 논리를 심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샌델은 강의 마지막에서 이와 같은 대화형 논의는 일반 사회에서도 적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문화와 사회, 정치가 질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샌델의 논리는 "목적과 선이라는 의미 있는 사고와 행동으로 연결된다". 샌델이 제시하는 다양한 예시와 도덕적 딜레마를 고민하는 그 속에 실천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의 강의와 그의 저작, 그리고 이 책의 의의가 여기에 있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올바르게 사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할 때 우리 사는 세계는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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