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 열개의 목소리, 하나의 이야기 문학동네 청소년 5
닉 혼비.데이비드 알몬드 외 지음, 이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한 사람의 죽음은 그것으로 끝이 되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게 죽어간 누군가의 흔적이라도 이 우주 어느 한 자리에는 새겨져 있을 것이라 믿는다.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결에, 물보라 속에, 들풀을 지탱시키는 흙, 그 흙을 적시는 이슬, 안개, 빗방울, 구름. 그리고 한 사람의 죽음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죽음'은 이별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클릭》은 한 사람의 삶과 죽음이 독자적인 것이 아니고 다양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우주의 한 조각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매기, 모든 것을 되돌려 주렴.

 

  ㅡ 할아버지가.

 

 


   세계적인 포토저널리스트 조지 킨 헨슐러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이야기 시작부터 조지는 이미 죽은 사람이지만, 그의 죽음은 오히려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 된다. 조지는 죽으면서 매기(손녀)와 제이슨(손자)에게 의미심장한 유산을 남긴다. 제이슨은 유명인의 친필 서명이 들어간 사진 앨범. 매기는 일곱 개의 조개껍데기와 함께 "모든 것을 되돌려" 달라는 메시지를 받게 된다. 매기는 조개껍데기의 출처를 알아내고 그것들을 되돌려 놓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 한편 제이슨은 자신이 친아들이 아니라는 충격적인 사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혼란스러운 감정과 상처 속에 허우적거리던 제이슨은 할아버지가 남긴 구식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는 세상은 제이슨에게 또 다른 시야를 열어주는 계기가 되어준다.

 

 


할아버지는 고발하려고 사진을 찍은 게 아니야. 할아버지는 비극을 이해하려고 애쓰셨지. 할아버지의 사진은 정말 아름답고 참혹할 뿐만 아니라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져. 할아버지는 혼돈 속에서, 잘은 모르겠지만, 질서, 인간애 같은 걸 발견하셨어. (본문 중에서)


 

 



   죽은 사람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도 산다. 포토저널리스트인 조지는 수십 년에 걸쳐 다양한 나라를 여행했다. 크고 작은 전쟁과 수많은 이벤트들. 카메라 렌즈를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몇 장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사람들은 그를 추억한다. 일곱 개의 조개껍데기를 돌려놓기 위한 여행을 하면서 할아버지의 흔적과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매기는 미처 몰랐던 할아버지의 새로운 삶을 이해하게 된다. 평생에 걸쳐 할아버지가 남긴 과업을 풀어나가면서 매기는 조개껍데기에 담긴 할아버지의 깊은 뜻을 헤아린다. 이 커다랗고 아름다운 우주 안에서 우리는 작은 점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나 이 작은 점들이 모여 하나의 우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 그러므로 모든 삶은 그 자체로 귀중하다는 것이 할아버지가 남긴 무언의 유산이었다. 위대한 유산이라 할 만하다.

 

 

   《클릭》은, 한 사람의 흔적이 다른 사람의 삶에 뜻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감동적인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조지 킨'이라는 인물을 중심에 두고 여러 명의 작가들이 이어 쓴 모자이크 소설이다. 각 이야기들은 독립적이면서 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전혀 다른 시점과 인물이 등장하지만 부자연스럽지 않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진으로 맺어진 '조지 킨'과의 기억이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얼굴이 그려진 돌멩이를 하나 들어 자신의 얼굴에 대고 모든 것, 하다못해 평범한 해변에 굴러다니는 평범한 돌 하나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안녕."

   엄마가 돌멩이에 그려진 까만 머리 남자아이에게 속삭였다.

   "안녕."

   돌멩이도 명랑하고 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본문 중에서)

 




   각각의 이야기에는 작가의 개성이 잘 살아 있다. 하나의 인물을 두고 이토록 다양한 색을 지닌 이야기들이 펼쳐질 수 있다니, '이야기'의 힘을 새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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