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9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전3권)' 중 3권이다. ‘일상 미스터리의 여왕’이라 불린다는 ‘와카타케 나나미’의 대표작이라는데, 나는 그의 전작들을 읽어보지 못했다. 추리물을 즐겨 읽지 않아서이다. 추리물은 우리 일상과는 거리가 먼 전개를 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모양이지만, 나는 거기서 편안한 공감을 느끼기 어렵다. 그런데 ‘일상 미스터리’라니. 대체 뭔가 궁금증이 일었다. 전작을 읽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칭찬하더라.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좋았다. 고전적인 추리소설 제목다운 ‘소동’ 같은 단어에 마음이 들썽였다. 그러면 소동이 벌어지는 섬, 네코지마로 떠나보자. 아, 그전에, ‘하자키’는 ‘하자키 시리즈’의 중심 배경지로, 가상의 해안도시이다. 네코지마는 하자키에 속한 작은 섬이다.

 

 



   일명 ‘고양이섬’이라 불리는 작은 섬 네코지마. 주민은 서른 명뿐인데 고양이는 백 마리가 넘는 고양이 천국이다. 확 트인 바다와 다양한 고양이 관련 상품들로 고양이 애호가들의 발길을 잡는 관광명소. 어느 날 칼 맞은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면서 고양이섬의 평화가 깨진다.  고양이의 사체를 조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서 기이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다. 투철한 직업의식이 결여된 고마지 형사와 빈둥거리는 것이 취미인 나나세 순경은 전혀 별개인 듯한 이 사건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18년 전 현금수송차 강탈사건과 그때 증발한 거액의 돈이 연관되어 있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게된다.

 

 



   앞서 밝혔듯이 나는 추리물을 많이 접하지 못했다. 그래서 추리물의 기본 공식 같은 건 잘 모른다. 그럼에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추리물은 적당히 암울하고, 일관되게 진지하며, 사건을 밝혀나가는 등장인물들의 추리는 상당히 명석하다. 이 모든 요소들은 사건을 쫓는 독자에게 궁금증과 떨림을 전한다. 이것이 ‘추리물’에 대한 나의 이미지이다.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은 읽는 내내 궁금증과 웃음을 선사하지만, 암울함이나 진지함, 사건을 두고 펼쳐지는 명석한 추리 같은 것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등장인물들은 엉뚱하고 발랄하며, 사건을 풀어가는 담당형사나 순경에게 명석한 추리나 완벽함은 없다. 이를 테면, 솜으로 들어찬 고양이 사체에서 마약성분을 밝혀내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과학적인 수사나 논리적 추론에 따른 것이 아니라, 단순히 고마지 형사의 알레르기 반응에서 밝혀진다. 정말 얼결에 드러나는 것이다. 이런 점이 ‘하자키 시리즈’의 매력인 것 같다.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은 칼에 찔린 고양이, 마약, 끔찍한 사고, 현금수송차 강탈사건 등 무섭고 흉악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지만, 엉뚱하고 재미있는 인물 캐릭터들과 자연스러운 일상 묘사가 그 무거움을 상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추리물의 요소가 부족하다고 할 수도 없다. 고양이 한 마리의 사체에서부터 현금수송차 강탈로까지 이어지는 추리 과정에는 억지스러운 요소라곤 찾아볼 수 없다. ‘일상 미스터리의 여왕’이란 이름이 괜히 붙은 건 아닌 것 같다. 추리물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던 나에게도 편안하게 읽혔다. 적당한 유머와 약간의 긴장감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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