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민음사 모던 클래식 29
알레산드로 보파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다.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묘한 리듬감을 가진 그 이름, 비스코비츠는 과연 어떤 동물일까. 단순한 소설적 은유일까. 아니면 표지 사이로 고개를 삐죽 내민 저 앵무새가 비스코비츠일까. 책을 읽어보면 궁금증은 풀린다. 비스코비츠는 내가 상상한 그 모든 동물(들)이었다. 그러나 내가 알지 못했거나 예상치 못했던 삶의 방식으로 비스코비츠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사는 일보다 더 지루한 건 없다. 햇빛보다 더 울적한 것도, 현실보다 더 거짓된 것도 없다. 잠에서 깨어난다는 건 내게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살아간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것이다. *(11쪽, 요즘 사는 게 어때, 비스코비츠? 중에서)


 

 

   비스코비츠의 첫 등장은 염세적이고 권태로운 겨울잠쥐이다. 아, 비스코비츠는 겨울잠쥐라는 야행성 설치류였구나. 무릎을 치며 책장을 넘겨가는데, 겨울잠쥐의 이야기치고는 굉장히 복잡하고 환상적이며 또한 삶의 불확실성을 생각하게 한다.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을 연상케 하는 겨울잠쥐의 이야기는 한 번의 눈() 깜박임, 하품 한 번에 모든 세상이 사라지면서 끝난다.겨울잠쥐의 이야기가 너무 매혹적이어서 내 마음의 절반 이상은 비스코비츠에게 사로잡혔다. 책을 더 읽으면서 나는 비스코비츠가 겨울잠쥐만이 아니라 달팽이, 앵무새, 사마귀, 돼지 등 각 이야기의 주인공 동물의 이름인 것을 알았다. 총 스무 개의 짧은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모든 동물들의 이름이 '비스코비츠'였던 것이다.

 


   "네 이름, 비스코비츠(V. I. S. K. O. V. I. T. Z)는 '매우 똑똑하고 유능한 동물종 중에서도 매우 똑똑한 우등종(Very Intellingent Superior Kind Of Very Intelligent and Talented Zootype)'의 약자란다. 자랑스러운 이름이지."

* (67쪽, 길을 찾아냈구나, 비스코비츠 중에서)

 


  

   겨울잠쥐부터 돼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 책에는 그동안 접했던 여타 우화들과 차별되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먼저, 생물학자였던 저자의 이력이다. "개구리와 쥐를 흥분시켜 알과 정액을 얻어야만 하는 연구실 일에 염증을 느껴" 인간 뇌에 대한 공부를 했다. 동물과 인간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은 이 책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어느 우화작가도 이처럼 과학적이고 사실적인 동물들의 습성을 묘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야기 곳곳에 등장하는 생물학 용어들은 이야기의 흐름이나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생물학자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이야기꾼의 면모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눈앞의 상추 포기 사이에 있는 그- 그녀(달팽이는 자웅동체)에 반한 달팽이의 여섯 달 동안의 사랑의 행로나 뻐꾸기의 반전이 돋보이는 되새 이야기('뻐꾹' 소리가 이렇게 소름끼치게 들릴 수 있다니!), 마치 마음속 메아리처럼 같은 말을 되받아치는 앵무새 연인 등 이야기 속 다양한 비스코비츠(들)는 각자의 생리(生理)에 충실하다. 그들 동물들, 비스코비츠(들)에게서 인간은 저 깊이 잠들어 있는 자신의 동물적 욕망과 본능을 확인하게 된다.

 

 

   단순히 동물 캐릭터에 인간의 속성을 덧입히는 형식의 우화가 아니라, 동물의 생물학적 습성을 통해 우리 인간의 '동물성'을 확인시켜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평범한 우화를 뛰어넘는 색다른 매력과 장점을 갖는다. 생물학과 소설의 결합이라는 실험성과 대중적 재미 모두를 충족시키는 알렉산드로 보파의 첫 번째 소설집.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대박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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