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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접시 요리 - 나를 위한 소박한 가정식
이보은 지음 / 사피엔스21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당신은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을 좋아해서 큰일이라고 남편은 말한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나도 때로는 손에 물 안 묻히고, 양파, 마늘 냄새 안 풍기면서 식사를 해 보고 싶을 뿐이다. 간단한 찌개나 나물 무침 하나에도 다양한 재료와 과정이 필요하다. 재료를 다듬어 썰거나 데치고, 끓이거나 볶아대고 간을 보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내가 만들고도 정말 맛있는 음식들이 있지만, 대개 그 맛도 모르고 식사를 할 때가 많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일은 즐겁고 고귀한 일. 그런데 사람이라, 가끔은 음식과 씨름하는 것이 귀찮다. 오늘은 뭘 해먹나 생각하는 일도 지칠 때가 있다. 매끼 손수 차려본 사람은 내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것이다. 결혼 초기에는 주로 어머님이 해주시는 음식을 먹었다. 분가하고 초기에는 카레니, 라면이니 하는 것들을 먹는 날이 더 많았다. 그러던 것이 결혼 이 년이 되어가는 지금에는 제법 구색을 갖추어 차려놓게 되었다. 이전에도 나는 요리에 젬병이는 아니었고 다만 게을렀을 뿐이다. 그래도 반찬투정 한 번 안 했던 착한 남편은 내가 차려주는 밥상이 제일 맛있다 한다.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이 고맙고 예뻐서 매일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음식을 만든다. 그런데 차려놓은 밥상은 그제나 어제나 오늘이나 비슷비슷하다. 재료는 한정되어 있고, 만들 줄 아는 음식도 한정되어 있는 탓이다. 그러면서 무슨 자신감인지, 무심함이나 게으름 때문이겠지만, 요리책 한 권 없었다. 가끔 네이버 키친 같은 데서 새로운 요리법을 눈동냥하는 정도였다. 그러던 내가 근래에는 요리책을 하나 둘 보게 되었다.《한 접시 요리》는 그 요리책들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 남편과 나를 위해 적합한 요리책이다. '나를 위한 소박한 가정식'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보은 씨의 요리책에는 수수하고 정갈한 음식들이 실려 있다. 모양은 소박하지만, 맛도 영양도 뒤지지 않는다. 남편이나 나는 빛깔 요란하고 들쩍지근한 이국의 음식들을 즐기는 편이 아니다. 어려서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 위에 올라오던 그 익숙한 모양과 냄새와 맛을 좋아한다. 그런데 먹던 걸 먹고 또 먹다 보면 물릴 때가 있잖나. 대부분의 집 냉장고 문을 열면 들어 있을 재료들로 조금, 아주 약간 색다른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레시피들이 이 책에는 들어있다.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우리 입맛과 들어맞을 법한 음식들이 흐뭇하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면 어쩌나 걱정할 것도 없다.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간편한 '한 접시 요리'들이기 때문이다. 바쁘거나 게을러 제대로 한 상 차려먹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활용 가치가 높을 것 같다.
요리책을 사놓고도 그 재료를 구하기 어렵거나 만드는 과정이 복잡해서 시도조차 못해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한 접시 요리》는 그럴 걱정이 없다. 나는 벌써 몇 가지 음식들을 만들어 보았다. 냉장고에 어중간하게 남은 반찬들을 해결해주는 '후다닥 볶음밥'이나 '장조림 비빔소면', '두부밥' 같은 것들은 만들기도 간편하고 맛도 깔끔했다. 나는 국수를 좋아해서 자주 만들어 먹는 편이다. 잔치국수를 해 먹을 때에는 멸치 육수를 낸다. 다시마와 함께 넣어서 끓였다. 그런데 멸치 국물을 미리 내놓은 다음에 다시 끓일 때 다시마를 넣으면 깊고 구수한 맛이 난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게 해보았는데,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국물 맛이 좀 더 시원하고 깊어진 것 같았다. 남편은 땀을 뻘뻘 흘리며 맛있게 먹었다. 일상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작지만 유용한 정보들을 배울 수 있어 좋다. '청국장 마파 두부'나 '장조림 비빔소면' 같은 요리처럼 평소에 우리가 해먹던 음식을 조금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요리법도 유익하다. 요리를 하려면 무엇보다 재료와 양념이 갖춰져야 한다. 맛도 중요하지만 건강이 더 중요하다. 'Special Tip'에서는 천연국물, 천연조미료, 천연 스파이스 만드는 법과 드레싱과 맛 양념 만드는 법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나와 같은 초보주부들에게는 정말로 유익한 정보이다.
첫 번째 접시부터 일곱 번째 접시까지(각 장을 주제별로 나누고 있다) 간편하게 만들고 먹을 수 있지만, 제대로 차려진 한 상 못지않게 맛과 영양을 챙길 수 있는 소박한 음식들을 만날 수 있는 이보은의 《한 접시 요리》 강추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