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우울한 현대인이 되찾아야 할 행복의 조건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지음, 윤미나 옮김, 황상민 감수 / 흐름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하루는 즐겁다. 작은 곰을 깨물어 울리고, 오리를 물어뜯어 죽인다. 차갑고 딱딱한 코알라의 눈알을 사탕처럼 핥고 깨문다. 입을 쩍 벌린 하마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하마에게 돌진하고 나가 떨어지고, 또 돌진하고 나가 떨어진다. 우리 강아지 ‘하루’는 자기 방식대로 놀고, 그 안에서 안전하고 즐겁다. 사랑스러운 하루는 나랑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하마 인형을 팔에 끼고 하루랑 치고박기 놀이를 한다. 으르렁거리는 효과음까지 내주면 하루는 학학거리며 웃는다. 작은 공을 공중으로 던져올리면 온몸을 날려 잡는다. 끔찍한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피가 튀지도 않고 비명도 없다. 싸움도 죽음도 없다. 오로지 즐거움만 있다. 아직 하루를 알기 전 나는 제대로 놀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흥이 없었다. 도무지 지루하고 따분한 시간을 보냈다. 유일하게 즐기는 것이 있다면 책읽기 정도였다. 한마디로 하품 나는 인간이었다. 그러면서 즐길 거리를 찾지도 않았다. 일상에 즐거운 긴장이 사라지자 나는 웃음을 잃었다. 유머를 즐기지도 이해하지도 못했다. 내 일상에는 생기가 없었다. 놀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놀이는 목적성이 없고 무의미하다. 사람들은, 특히 어른들은 ‘쓸데없는 짓’을 기피하고 싫어한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시간낭비라 여긴다. 어떤 목적의식이 있어야만 안심을 한다. 건강을 위해, 살을 빼기 위해 사람들은 달리기를 하거나 헬스장에 간다. 일주일에 한 번은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 좋은 부모의 도리라 하여 놀이공원에 가거나 외식을 한다. 헬스장의 기계들 속에서 기계처럼 움직이거나 놀이공원의 번잡함 속에서 가짜 웃음을 짓고 있을 때 과연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까. 살아있다는 느낌, 온몸이 정화된 것처럼 상쾌한 느낌을 얻을 수 있을까. 순수한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면 ‘놀이’가 아니라고 이 책은 역설한다. 반드시 어떤 형식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그것’을 함으로써 즐겁다면 그것이 곧 놀이 혹은 놀이의 원천이 되어준다는 것.






   인간은 본래 즐거움을 추구하는 본능이 있다. 놀이가 주는 즐거움이나 활력은 우리 삶에 생기를 더해준다. 그런데 동물이나 인간이 단순히 즐거움을 추구하자고 놀이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놀이’라는 가상의 상황을 통해 동물이나 인간은 삶을 연습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나머지 삶의 토대를 마련하며, 동물의 새끼들은 치고 박는 놀이를 통해 실제로 위기상황에 부닥쳤을 때를 대비하여 위기능력을 기른다. 놀이는 또한 공감능력, 사회성을 길러준다. 공감능력이 없는 사이코패스나 끔찍한 범죄들을 조사해 보면 어린 시절의 ‘놀이’가 결핍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만 놀고 공부해라. 아이들과 눈만 마주치면 부모들이 하는 말. 어린 시절의 ‘놀이’가 인격형성과 사회성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안다면 더 이상 아이들이 노는 것을 억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요즘에는 놀이치료라고 해서 문제가 있는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도움을 주는 ‘놀이’도 있지 않은가. 놀이는 학습의 적이 아니며 놀이를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학습능력을 올릴 수 있다.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 할 수 있다. 놀이를 통해 아이는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







   심각한 게임중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심하게 놀다 죽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이들은 ‘놀이’를 한 것일까. 그 행위가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미 ‘놀이’가 아니라고 한다. 역으로 생각하면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어떤 행위도 ‘놀이’라는 것이 된다. 생계를 위한 일도 놀이하듯 즐긴다면 우리 삶은 보다 건강하고 윤택해질 것이다. 사는 일도 놀이하듯 유쾌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면 그는 진정한 놀이의 고수가 아닐까. 이 커다란 놀이의 장(場)에서 한 판 재미나게 살다 간다면 좋겠다.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 몸과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을 따라가면 될 것이다. 무미건조함 속에 침잠하고 있던 내 일상에 즐거운 파문을 일으켜준 이 책이 고맙다. 공기가 선선해지는 저녁이 되면 하루랑 산책을 가야겠다. 즐겁게 뛰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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