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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즐거움 - 삶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왕샹둥 지음, 강은영 옮김 / 베이직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심리학을 주제로 한 도서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혈액형별 심리유형에서부터 심도 있는 연구서적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심리학 서적을 읽는 독자층도 일반으로 확산되었다. 어린 학생에서 나이든 분들까지 연령층도 다양해진 것 같다. ‘심리학’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서먹한 자리에서 한두 가지 심리테스트로 친목을 도모하기도 하고, 자기 문제의 뿌리를 파악해 개선의 여지를 얻기도 한다. 네오내오없이 ‘심리학’ 서적들을 찾아 읽는 사람들은 과연 책에서 무엇을 찾는 것일까.
지금보다는 어린 시절, 나는 그 유명한 프로이트 박사의 ‘꿈의 해석’을 읽으려고 ‘시도’를 했던 적이 있다. 그 두께만도 상당한 책을 사서 집으로 돌아올 때만 해도 사냥감을 앞에 두고 굶주린 하이애나처럼 군침을 삼켰었다. 집에 돌아와 책을 펼쳤을 때, 나는 당혹감과 함께 피로가 몰려왔다. 프로이트 박사는 너무 멀리 있구나 실감을 하고 과감하게 책을 덮었다. 그리고 프로이트 해설서들과 프로이트 관련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나는 칼 융이나 저 먼 나라의 고대 서적도 만날 수가 있었다. 나는 왜 이토록 심리학 서적에 목말라 했던가. 그 당시에는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피 냄새를 따라가는 굶주린 짐승처럼, 그렇게 심리학 서적에 마음을 붙들렸다. 나는 ‘내 안의 나’를 찾아 그렇게도 헤맸던 것 같다.
지금까지도 나는 수많은 심리 서적들을 먹어치우고 있다. 프로이트처럼 소화가 안 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내 수준이나 정서에 들어맞아 유익하다. 유익함에 대해서 조금 더 말해야겠다. 내가 말하는 유익함은 단지 심리학적 지식을 얻은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책에서 ‘내가 몰랐던 나 자신’을 만난다. 나 자신과의 불화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다. 심리학은 ‘나 자신과의 화해의 장(場)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번에 내가 만난 심리학 서적은 무엇보다 제목이 마음에 든다. 심리학의 즐거움. 제목에서 나는 ‘내 안의 나’와의 해후, 그리고 이해할 수 없었던 다른 사람과의 화해를 도와주는 심리학의 이점을 떠올렸다. 나 자신은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리학 서적을 찾는 것에는 이런 이점들이 큰 몫을 한다고 믿는다. 단순히 이론적 지식을 얻는 데서 나아가 나 자신과 우리 주변 사람들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는 일은 심리학이 주는 즐거움의 일면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을 요리에 비유해 보자면 일본요리가 적합하지 않나 싶다. 양은 적지만, 그 맛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일반 심리, 사회 심리, 인격 심리, 의학 심리, 기타 심리. 이렇게 총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의 심리를 제시하고 그에 대해 간략한 해설만을 곁들인 군더더기 없는 구성이다. 실제 사례들과 실험 결과들을 토대로 하여 이야기 형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양하고 복잡한 심리학 이론을 보다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는 구성이라 할 수 있겠다. 처음에는 이런 구성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다. 프로이트에 좌절했던 오래 전의 나처럼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종류의 심리학 서적을 만나는 독자도 늘어날 것 같다. 양념이 많이 들어간 푸짐한 요리도 좋지만, 담백한 요리를 다양하게 맛보는 것도 즐겁지 않은가. 심리학의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개론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