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가볍게 해주는 현명한 네거티브
모가미 유 지음, 이지연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긍정적 사고를 찬양하고 권장하는 현 시대에 부정적인 사고가 나쁜 것이 아니라는 모가미 유의 주장은 신선하다. 특히 나 같은 부정적인 인간에게는 더욱 마음이 쏠리는 내용이다. 하지만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반신반의한 게 사실이다. '부정적 사고'를 옹호하기에는 세상은 이미 긍정적인 것을 신처럼 받들고 있지 않은가. 그게 아니더라도 부정적인 사고의 장점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으니까. 확실히 나는 이 책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품고 있었다.

 



  긍정적 사고, 부정적 사고는 기본적으로 그 사람 자신이 느끼는 주관적인 것이며, 그 사고가 어떤 감정과 기분을 낳느냐에 따라 긍정과 부정의 차이가 생긴다. 다시 말하면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했을 때  ‘슬프다 ’ , ‘실망스럽다’, ‘불안하다’, ‘화가 난다’ 등의 마이너스적인 기분이 생겨나면 그 생각은 부정적 사고다. 그리고 ‘기쁘다’, ‘용기가 난다’, ‘유쾌하다’는 플러스적인 감정이 생기면 그 배후에 있는 생각은 긍정적 사고다. (책속에서)

 

 

   매사에 부정적인 쪽으로 치우쳐 있는, 부정적인 인간을 대표하는 나 같은 사람도 긍정적 사고의 이로움을 잘 안다. 긍정적인 자세를 배우고 싶어서 '긍정'에 대한 자기계발서나 심리학 책들을 읽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그 책들에서 얻은 것이라고는 좌절감과 실망감 같은 '부정적인' 것들 뿐이었다. 긍정! 긍정! 긍정! 외쳐대는 세상이 나는 가식적으로 느껴졌다. 이른바 '긍정적인' 사람들이 부르짖는 '긍정의 힘' 같은 것들이 나는 미심쩍었고, 그럴수록 나는 '부정적인 사고'에 안주했다. 적어도 그것은 나에게 익숙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사물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는데, 그것을 두루 보지 못할 때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쪽으로 치우치게 된다는 것이 글쓴이의 주장이다. 긍정적인 사고로 '일관'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눈앞의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이라고 한다. 현실을 직시할 만큼의 용기가 없거나 긍정적 자세에 대한 강박 사고 같은 것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표출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은 마음은 물론 몸에 병을 유발한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고 한다. 슬퍼하거나 화를 내는 부정적인 감정표현은 기쁨이나 행복의 감정과 마찬가지로 신체의 면역기능을 높여준다고 하니까. 슬프고 괴로운 일 앞에서 긍정적인 사고나 감정을 품기는 쉽지 않다. 슬프고 괴로울 때는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글쓴이는 역설한다. 그것을 '정상적인 비애반응'이라고 하는데, 그런 감정들을 외면하거나 표출하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한다. 억눌린 감정들은 몸과 마음에 이상징후로 나타나기도 한다. 부정적인 것들을 표출하는 것. 일명 카타르시스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부분이다.

 





 지금 눈앞의 상황만 생각하기보다는 미래의 일을 걱정하는 자세가 현명할 수도 있다. 단, 미래의 일만 지나치게 걱정하기보다는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나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책속에서)


 

 

   부정적인 감정에 속하는 걱정이나 불안은 눈앞의 대상을 다각도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 경우만 봐도 그렇다. 다른 사람 같으면 예사로 지나칠 수 있을 만한 사소한 일 앞에서 나는 수많은 가정(假定)과 예측을 쏟아낸다. 그것은 분명 피곤한 일이지만 때때로 현실에서 이롭게 작용하기도 한다. 세상 일이란 것이 대개 단선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나친 걱정이나 불안은 몸과 마음에 해롭다. 현재 나를 불안하게 하고 걱정하게 하는 것에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행동을 찾아나가는 것이 바로 책에서 말하는 '현명한 네거티브'이다.

 





 부정적인 시점이나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수단에 불과하다. 그런데 부정적 사고나 긍정적 사고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버리면 시야가 좁아지고 생각이 경직되어 한 가지 태도밖에 취하지 못하게 된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며 인생을 고달프게 만든다. (책속에서)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를 보자. 닥쳐올 겨울을 위해 매일 열심히 일하는 개미와 봄부터 겨울까지 띵까띵까 노는 베짱이. 닥쳐올 겨울을 준비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베짱이는 '현실도피적 긍정주의자'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아름다운 계절을 즐길 생각도 않고 죽어라 일만 하는 개미 또한 바람직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우화 속 개미나 베짱이는 지나치게 한 쪽으로만 치우쳐 있다. 모든 것에는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긍정적인 사람, 혹은 부정적인 사람이 되기보다는 긍정과 부정을 적절히 통제하고 조절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 긍정적 사고에 치우쳐서 현실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부정적 사고에 내재된 힘과 장점을 잘 활용하자는 것이『현명한 네거티브』의 요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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