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더 사랑하는 법 -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일상의 재발견
미란다 줄라이, 해럴 플레처 엮음, 김지은 옮김 / 앨리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그 인기가 지붕을 뚫고 하늘로 치솟고 있는 '지붕킥'의 등장인물 '해리'는 기막힌 인물이다. 해리의 세계에서 중심은 자기자신이다.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빵꾸똥꾸'를 연발하며 제멋대로 감정을 터뜨린다. 해리의 자기중심적인 언행을 보고 있자면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도무지 허용이 안 되는 것들도 있다.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내 앞에 정말 해리 같은 사람이 있다면 나는 참지 못할 것 같다. 내가 참든 못 참든 해리는 오늘도 '빵꾸똥꾸'를 외치며 '제멋대로'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 자기애(自己愛)라는 것이 무엇일까. 누구나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고, 욕망을 충족함으로써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이토록 건강한 욕망은 바람직하고 정상적이다. 우리는 때로, 어쩌면 자주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좌절한다. 나의 행복이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거나 해가 될 경우 다른 길로 돌아가기도 한다. 해리의 경우는 어떤가. 해리는 자기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른 사람의 처지나 감정이 어떠하든 자기만 즐거우면 그만이다. 해리의 행동을 자기애가 아니라고 할 생각은 없다. 분명 해리는 자기 자신을 '끔찍히'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해리가 조금만 고개를 돌린다면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빈축에 직면할 것이다. 해리는 어떨지 모르지만 나라면 끔찍할 것 같다.

 

 

  

   누구나 자기만의 욕망이 있고, 어떻게 해야 자신이 행복해질지 알고 있다. 조금 더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자 노력해 나가는 것이 삶 아닐까.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 '행복'이라고 하면 무언가 대단해 보인다. 우리 일상에서 쉽게 이룩하기 어려운 것처럼 생각된다. 우리는 그래서 자꾸만 우리 몫의 행복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알들처럼 행복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안 될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몫의 행복을 찾고 또 만들어내야 하는 것 아닐까. 옳은 말이다. 그런데 무엇부터 해야할지 어떻게 숨겨진 행복을 찾아나서야 할지 막연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일상의 재발견'이라는 부제가 마음에 든다. 낯선 사람과 손을 잡아본 적이 있나요?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일을 해본 적이 있나요?  자신의상처를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이 있나요? 부제보다 더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이 질문들이었다. 대체 이런 것들이 '나를 사랑하는 법'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거야? 언뜻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 잠시 생각을 거두고 이 책을 펼쳐보자. 나를 사랑하는 법을 책에서 알려준다고? 대체 누가? 이 책을 만든 것은 우리와 함께 숨쉬고 있는 지구인들이다. 그러면 이들은 무슨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다. 이들에게는 소소한 일상의 과제들이 있고, 그것을 실행했을 뿐이다. 과제라고 해서 미리 겁낼 것 없다. 이들이 스스로 만들고 실행한 과제들은 꽤 즐거워 보이니까 말이다. 과제 9: 누군가의 주끈깨나 점을 연결해 별자리 그리기, 과제 11: 상처를 사진으로 찍고 그것에 관해 이야기해보기, 과제 30: 낯선 사람들에게 손을 잡게 한 뒤 그 모습을 사진에 담기, 과제 38: 누군가 말다툼하는 모습을 연기해보기, 내가 해보고 싶은 과제들 몇 가지를 꼽아보았다. 과제 9는 정말로 재미있어 보여서 곧바로 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상대방이 거부를 해서 못했다. 잘 때 몰래  별자리를 그려볼까 계획중이다.

 

 

 

   '나를 더 사랑하는 법' 과제 목록들은 감동적이다. 낯선 사람들끼리 손잡게 하고 사진 찍기, 친구가 갖고 싶어하는 물건 목록 만들어보기, 다른 사람 머리 땋아주기, 전쟁을 겪은 사람과 인터뷰해보기, 죽음을 앞둔 사람과 시간 보내기, 내가 뭘 하고 다니는 것 같은지 가족에게 물어보기 등등 내 주변을 돌아보고 그것들과 소통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제목이 왜 '나를 사랑하는 법'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법'인지 알겠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 주변을 돌보고 사랑하는 일이 곧 나를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 해리는 자기 세계에 수많은 자기만 있다. 결코 좋아보이지도 부럽지도 않다. 자기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나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양보할 때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법'. 
 

 

 

   미란다 줄라이와 해럴 플레처는 '날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예술가들'이다. 2002년 어느 날 'Leaming To Love You More'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들이 웹사이트를 통해 제시한 과제에 대해 방문자들이 자신의 결과물들(사진, 글, 동영상 등)을 올리면서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은 보다 다양해졌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이다. 이 책은 두 권으로 나뉜다. 한 권은 세계인들의 과제 수행 결과물, 또 한 권은 아나운서 김지은 씨가 엮은 한국편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이다. 똑같은 과제라도 그 결과물은 각기 개성을 뿜어내고 있어 즐겁다. 하나하나 과제 결과물에는 그 사람 고유의 감성이 흐르고 있다. 태양을 사진에 담는 과제만 하더라도 사진 속에는 다양한 풍경이 태양을 배경으로 펼쳐져 있다. 과제 27 태양을 사진에 담기. 나도 해보았다. 간만에 제대로 하늘을 보았다. 태양빛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 과제 27이 고맙다. 
 

 



 

 

   그토록 찾아헤매던 파랑새가 바로 자기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벨기에의 동화가 말해주듯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은 바로 우리 일상에 있었다. 곰곰 생각해 보지 않아도 우리는 수긍한다. 그렇지만 또 쉽게 잊어버린다. 무언가 그럴 듯한 것을 이룩해야 한다면서 자신을 혹사한다. 물론 그것도 자기애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우리가 꿈꾸는 '무언가 그럴 듯한 것' 때문에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는 소소한 행복들을 말이다. 아깝지 않은가.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행복들이 저기 모래알처럼 반짝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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