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100가지 법칙 - 하인리히에서 깨진 유리창까지
이영직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피그말리온은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이상적인 여성상을 조각하고 그 조각상을 사랑하게 된다. 너무 사랑하게 된 나머지 조각상이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열망을 품게 된다. 그리고 아프로디테 여신 축제일에 자신의 소망을 이뤄달라 간청한다. 그의 간절함이 여신에게 닿아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아내로 맞게 된다는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적인 암시가 담겨 있어서 그렇다. 지난 해에 '시크릿'이라는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그 책은 마치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발견한 양 호들갑을 떨어댔지만, 결국 '피그말리온 효과'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얘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험한 생각을 입 밖에 내면 사람들은 잠시나마 불안에 사로잡힌다.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이 세뇌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랫말에도 피그말리온의 이야기가 주는 암시가 작용하고 있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 가기를. 피그말리온은 신화 속 인물일 뿐이지만 사람들은 그 신화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피그말리온의 이야기처럼 간절히 바라면 이뤄지는 경우를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피그말리온 효과와 비슷한 것으로 플라세보, 우리말로 속임약 효과라는 것이 있다. 병에 아무 효과가 없는 약을 치료제라고 속이고 투약했을  때 환자가 그 약을 진짜 치료제라고 믿고 복용하면 실제로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조각상 앞에서 실현 불가능한 꿈을 열망했던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나 가짜 약에 대한 믿음에서 오는 플라세보 효과 모두 긍정적 자기암시의 힘을 보여준다 하겠다. 어쩌면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우리 의지나 상황이 아니라 '희망'이 아닐까.

 

 

 

   피그말리온 효과, 플라세보 효과처럼 우리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법칙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법칙'하면 딱딱한 규범이나 수학, 철학적인 것들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으면서 간과했던 것들이라서 또 한 번 놀랐다. 지은이 이영직 씨의 이야기  방식은 재미있다. 단순한 법칙들만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흥미를 유발하는 이야기들과 함께 풀어나가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었음 직한 일들에 법칙을 적용시키면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도도새의 법칙이 인상적이었다.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도도새는 인도양의 작은 섬 모리셔스에 서식하는 새였다고 한다. 그곳은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먹이가 사방에 널려 있으며 천적마저 없었다. 따라서 애써 날아오를 필요가 없었다. 포르투갈 선원들이 이 섬을 찾았을 때 새들은 날 줄 몰랐다고 한다. 그래서 붙여준 이름이 '도도'였다. 바보, 멍청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후 사람들과 동물들이 섬에 유입되면서 바보새 도도(들)은  멸종의 길을 갔다. 외부의 적이나 경쟁이 없으면 갑작스러운 시련이 닥칠 때 대응할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도도 이야기는 시사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자나 또렷한 목표가 없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발전이 더디다는 것. 공감이 간다. 도도새 이야기를 읽고 나는 나 자신 또 하나의 '도도'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반성의 기회를 가졌다.

 

 

 

   이 책 <세상을 움직이는 100가지 법칙>은 이론서가 아니라 실용서다. 단순히 상식을 늘리는 것을 넘어 우리 실제 생활에 적용시킬 수 있겠다. 또한 우리 주변 사람들과 나 자신, 우리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들을 일상에서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100가지 법칙들을 알고 나니 든든한 기분이 되었다. 이제 이것들을 얼마나 잘 이용하는가 하는 문제만 남았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는 에디슨 말의 본뜻이 99%의 노력을 해도 1%의 영감이 없으면 소용 없다,였다는 것을 알아버려서 조금 기가 막히고 힘이 빠지지만 그 말을 상쇄해줄 더 많은 법칙들이 있으니 괜찮다. 새해에는 긍정적 자기 암시의 힘을 밀고 나가야겠다. 그리고 무언가 목표를 세우고 선의의 경쟁자도 마음속에 들여야겠다. 도도새 처지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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