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이중텐 지음, 박경숙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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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중국 문화의 사상핵심은 ‘단체의식’이다. 이것은 서양의 ‘개인의식’에 반하는 것으로 ‘화합’과 ‘공동의 이익’에 그 뜻을 두고 있다. 개인의 가치관과 도덕관은 화합과 공동의 이익 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중국인의 처세處世는 그러므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조심성을 기반으로 내향적인 기질이 형성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 내향적인 기질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모습, 즉 외부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하다.
단체의식을 사상의 핵심에 두고 있는 중국인의 문화를 이해하는 열쇳말은 바로 '체면'과 '인정'이다. 중국인의 처세는 이 두 가지 문화 현상으로써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체면體面

자기 언행에 있어 타인의 평가에 가치를 두는 것이 ‘체면’이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자기, 보여지는 삶을 중시하는 것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은 그래서 “연출적인 성격”이 있다고 한다. 중국인에게 있어 인간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고 만들어져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존재인 것이다. 개인의 개성을 표출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느냐를 처세의 중심에 둔다. 즉 ‘연기’를 하는 것. 하지만 이것이 만만찮다. 윗사람에게 적절한 태도가 있고 아랫사람에게 적절한 태도가 있으며, 직업, 성별, 장소, 상황 등에 따라 그 배역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국인은 이러이러한 민족성을 지녔다,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 하나는 ‘체면’에 죽고 사는 민족이라는 것.

인정人情


무엇인가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보답’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는 것. 이것이 중국인들이 중요시하는 ‘인정’이다. 인간의 감정은 주고받는 것이라는 생각은 단체를 유지하려는 중국인들의 태도에 부합한다. 은혜에 대한 보답은 장려하고 복수에 대해서는 제한을 가하는 것 또한 단체의 단결과 사회의 안정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인정은 체면과 대립된다. 체면은 ‘얼굴’, 즉 표면의 것이다. 앞뒤가 다르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인정의 본질은 정이다. 마음에서 느끼어 우러나는 것이니 가장 믿을 만하다. 인정을 통해 관계는 더욱 밀접해지고 단체도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인들의 깊은 믿음이다.

서양 문화에 물들어가고 있다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도 단체의식을 근본으로 하는 문화 현상이 문화 전반에 깔려 있다. 체면과 인정이라는 열쇳말은 우리나라의 문화 현상과도 일치하는 것이 아닌가. 체면과 인정. 외부의 시선,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는 것에 대해 좋다 나쁘다 딱 잘라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개성과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서양 문화의 관점에서 본다면 체면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이 될 것이지만, 단체의 이익이 곧 개인의 이익인 중국에서는 마땅한 것이 되는 것이다. 인정을 비롯 수많은 문화 현상들 또한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인류는 문화의 존재물. 문화는 "인류의 생존과 발전의 방식"이며 "생활의 방법"이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민족이 존재하며 그 민족 고유의 생존과 발전의 방식을 익히며 살아가고 있다. 지구촌 시대이다. 우리의 문화, 우리의 가치관과 도덕관을 유지, 발전시키려면 우리와는 다른 문화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 중요할 것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의 문화와 우리 문화 간의 차이와 공통점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깨닫게 된다. 표면적인 삶의 모양새는 제각각 달라도 사람 사는 이치는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

‘체면’과 ‘인정’, ‘단체의식’을 근본으로 풀어내는 중국의 문화 이야기. 우리의 얼굴을 비춰볼 거울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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