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프랑스는 합리적인 이성과 도덕이 지배하는 계몽주의 시대였다.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는 18세기 귀족사회의 이면에 숨겨진 사랑의 정념과 기만, 온갖 악덕과 허영에서 비롯한 파멸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위험한 관계』는 메르테유 부인의 복수심에서 시작된다. 옛 연인 제르쿠르와 열다섯 살의 처녀 세실의 혼담을 전해 들은 메르테유 부인은 연인이고 동지이며 경쟁자이기도 한 발몽 자작을 끌어 들여 치밀한 복수의 계획을 세운다. 세실은 수녀원 기숙학교를 다녔던 순진한 처녀다. 제르쿠르는 수녀원 기숙학교 교육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와 편견(메르테유 부인의 표현이다)에 사로잡혀 있다. 메르테유 부인은 발몽 자작과 당스니 기사를 이용해 세실에게 사랑의 환상을 제공하고 성적 쾌락의 길을 열어주려고 한 것. 한편 발몽 자작은 파리를 떠나 있는 동안에 투르벨 부인을 알게 되고, 부인의 정절과 신앙심이 매우 높은 것을 알고 정복욕이 발동한다.
독자는 백일흔다섯 편의 편지를 통해 이들의 ‘위험한 관계’에 빠져든다. 메르테유 부인과 발몽 자작, 발몽 자작과 투르벨 부인, 세실과 당스니의 편지가 중심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연애사건 배후에 있는 주변 인물들의 편지를 통해 당시 사교계의 생활상과 도덕관념을 엿보는 것도 흥미롭다. 서간체 형식은 인물들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잘 투영하고 있으며, 독자는 가장 개인적인 인간 감정의 굴곡을 직접적으로 대면하게 된다.